14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성호저수지에서 농협 관계자들이 무인헬기를 이용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조기종식을 위해 농약 살포 무인헬기와 농약 광역살포기를 동원해 가축방역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천/연합뉴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급속하게 번지면서 정부가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가금류 살처분 마릿수도 1400만마리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에이아이 위기경보를 현재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위기경보는 ‘관심 → 주의 → 경계 → 심각’ 4개 단계로 나뉜다. 농림부 관계자는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살처분이 늦어지면서 에이아이가 발생한 주변 농가에서 계속 의심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며 “더 강력한 대처를 하기 위해 위기경보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에이아이가 지난달 16일 처음 발생해 이달 2일까지 의심신고 건수가 하루 2~3건에 불과했지만 11일 9건, 12일 13건, 13일 14건 등 계속 번져 나가고 있다.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상향될 경우 농림부에 있는 에이아이 대책본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넘어와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게 된다. 전국 모든 주요 도로에 소독시설이 설치돼 이동통제가 강화되고, 닭·오리를 판매하는 모든 전통시장에 대한 강제 폐쇄명령도 내릴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금류에 대해 에이아이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지만, 긴급 접종도 가능해진다.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도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14일 0시 현재 257농가에서 1066만9천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완료됐고, 27농가 378만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 중이다. 에이아이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 28일 만에 1444만9천마리가 살처분된 것이다. 이는 2014년 195일 동안 1396만마리가 도살 처분됐던 사상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역대 최단 기간에 최악의 피해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발생 지역은 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세종 등 7개 시·도, 25개 시·군으로 퍼졌다. 닭의 피해가 가장 컸고, 오리, 메추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닭 가운데 산란계(알 낳는 닭)는 전체 사육 마릿수의 9.8%에 해당하는 754만3천마리가 살처분되면서 계란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 여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의 가금류 관련 사람·차량·물품 등에 대해 13일 0시부터 15일 0시까지 48시간 동안 일시 이동중지(스탠드 스틸) 명령이 발령된 상태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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