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컨트롤타워 가동…내년 4월 종합대책 마련
20조원 투융자, 드론 우편배달 시작, S/W교육 필수화
융합·혁신생태계 위한 재벌대기업 시장구조 혁신은 빠져
노동·교육·금융·공공 대대적 규제완화 드라이브 나서기로
20조원 투융자, 드론 우편배달 시작, S/W교육 필수화
융합·혁신생태계 위한 재벌대기업 시장구조 혁신은 빠져
노동·교육·금융·공공 대대적 규제완화 드라이브 나서기로
이번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이하 방향)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연례적으로 언급해온 거시경제, 민생, 저출산·고령화 이외에 ‘4차 산업혁명’이 국가 정책과제이자 목표로 새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40쪽 보고서에 ‘4차 산업혁명’이 38번이나 등장한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로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민관합동 ‘4차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미래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 등 부처별 정책을 한데 모아 진두지휘겠다는 것이다. 내년 4월까지 핵심기술 개발·시장기반 조성·산업구조 혁신·인재 양성 등 분야별 대책을 묶은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종합대책에는 △국가 생산 데이터 74개 민간 개방 △4차 산업혁명 투·융자 프로그램(산업은행) 20조원 투입 △‘글로벌스타벤처’ 100개 육성(2020년) △창의융합형 국가교육과정 개정과 소프트웨어 교육 필수화 △핀테크 등 혁신금융 활성화 △기술금융 확대 및 크라우드펀딩 규제 완화 △한국전력 고공 철탑 약 4만기 드론으로 점검 △도서·산간지역 위주 드론 우편배달 시작 △정보통신기술 활용 스마트공장 4천개로 확대 등이 담긴다. 정부는 판교창조경제밸리에 창업보육센터와 드론센터를 모아 4차 산업혁명 혁신 클러스터로 육성하는 방안도 내놨다.
4차 산업혁명을 ‘당면 과제’로 표방하고 나선 배경에는 한국이 뒤처지고 있다는 다급한 사정이 깔려 있다.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한국은 4차 산업혁명 대응 및 적응도에 관한 전반적 평가에서 비교 가능한 국가들 중 최하위(25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공급과잉과 후발국 추격으로 주력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생산·수출이 구조적으로 둔화하고 있어 신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기 위한 조건으로 노동·교육·금융·공공부문을 망라하는 대대적 규제 완화를 내걸었다. “규제프리존 도입과 노동유연화 강화를 통한 부문 간 일자리 이동 가속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4차 산업혁명을 앞세워 대대적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파괴적 혁신’의 주체는 수평적 개방과 융합·창의를 핵심 경쟁력으로 갖는 중소벤처들이다. 정부의 방향에 ‘기술·산업을 넘어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 추진’이 담겨 있긴 하나, 재벌·대기업 중심의 시장구조를 혁파하기 위한 산업생태계 전환은 빠져 있다. 한 국책경제연구기관 연구위원은 “물량 투입에 의한 대기업 성장모델이 이미 한계에 봉착하고 오히려 혁신의 장애물로 작용하는데도 구체제 청산은 지연되고 있다”며 “수직적·경직적인 재벌·대기업체제를 전면 전환하는 내용이 4차 산업혁명의 우선 과제로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도 한국이 4차 산업혁명 대응 꼴찌국이 된 주요인으로 ‘(낡은) 경제시스템 전환의 어려움’을 꼽았다.
최순실 게이트로 ‘창조경제’가 관료사회의 금기어처럼 된 상태에서 창조경제가 빠지고 대신에 그와 유사한 4차 산업혁명으로 급히 문패를 바꿔 단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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