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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저금리 정책의 ‘역설’…경제불평등 되레 심화?

등록 2017-01-03 15:44수정 2017-01-06 13:22

전례없는 저금리 시대의 풍경들…인력감축투자 늘어
시중 유동성 덕분에 주식·주택보유자 소득 증가
취약계층 일자리 먼저 타격…은행수익 ‘기이한’ 증가
자영업 불안 만성화, 금리차 이용 ‘수익추구성향’ 확연
실물경기 둔화 속도를 저지하기 위한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 당국은 저금리가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2%대(2.75%)로 내려선 뒤 현재 1.25%까지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국고채·CD·회사채)도 사상 최저점 수준이다.

그런데 경제 분야 제도와 정책은 경제 전체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어떤 차별적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와 인플레이션은 부유층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반면, 고용이나 채무 상환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저소득층에는 좋은 정책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반론의 소재가 될 만한 대목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례 없는 저금리 시대에 소득계층별 및 종사부문별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기업·주주 ‘버티고’, 노동자는 일자리 불안 저금리 상황에서도 저성장·저물가 속에 투자는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왜곡된 행동’이 강화되는 양상이다. 산업은행이 국내 3500여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투자 동기별 설비투자계획’을 토대로 추정한 것을 보면, 인력 감축을 목적으로 하는 자동화·생력화(노동 투입 감축) 투자는 2014년 1조9천억원, 2015년 2조1천억, 2016년 2조3천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른 노동력 감소는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엿볼 수 있다. 제조업 일자리를 떠난 상용직 이직자(분기별)는 2012년 3·4분기 5만명대에서 2013년 6만명대로 는 뒤 2014년 1분기부터 지금까지 7만~8만명대로 더 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임시·일용직 이직자는 2012년 5만~6만명대에서 2013년 이후 2만~3만명대로 줄었다. 자동화는 주로 상용직 대체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런 엇갈린 증감은 업황부진뿐 아니라 자동화 투자가 함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동화 투자의 배경에는 금리가 낮아진 회사채와 은행 간접조달 활용이 있다.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012년 연 5.18%에서 지난해 10월 3.01%로 떨어졌고, 예금은행의 제조업 대출금(잔액)은 2012년 3분기 252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에 309조원으로 증가했다. 싼 이자를 바탕으로 인력 감축 투자에 나선 덕분에 불황 속에서도 기업과 주주들은 ‘버티고 견뎌내는’ 반면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있는 셈이다. 물론 금리가 올라갔다면 구조조정 가속화로 고용 위축이 더 가파르게 진행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2016년 12월)를 보면, 기업 업황은 2012년 4분기부터 부진기에 진입한 뒤 2015년 1분기 이후 심화기에 들어서 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코스피지수는 ‘추세적 하락’ 없이 박스권을 맴돌고 있고, 역시 옆걸음하던 코스닥지수는 2015년부터 상승 흐름이 뚜렷하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장기화가 가져온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식 부자들은 ‘잠재 손실’을 모면하거나 수혜를 입고 있는 셈이다. 고용은 악화하고 있지만, 저금리 아래 주택 소유자들의 평가이익은 늘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2012년 12월 이후 전국 아파트 매매가 누적상승률이 8.82%에 이른다.

은행·자산가 수혜, 취약층은 ‘무방비’ 금융안정보고서는 “저금리 기조 아래, 금융과 실물 사이클 사이에 함께 상승하는 동조관계가 깨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용공급이 팽창했으나 경기 진작 효과는 시들해졌다는 것이다. 경기하강 국면이 길어지면서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건 취약계층이다.

반면 신한·국민·우리은행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2015년 연간 실적을 초과했다. 순이자마진은 하락해도 담보대출 건수가 분기마다 10%가량 증가하면서 이자수익이 늘고 있는 기이한 풍경이다. 담보대출 이자도 금융시스템을 통해 돌고 돌아 은행 주식·채권을 소유한 부자들에게 흘러가게 된다. 저금리가 늘어난 ‘빚’을 매개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셈이다.

빚이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니다. 기업과 가계가 빚을 내 투자·소비가 늘면 생산·소득이 증가하고 빚을 갚아가며 경제가 선순환하게 된다. 그러나 내수 불황과 저금리 체제가 결합되면서, 저금리로 빚을 내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들의 일자리 불안이 만성화하고 있다. 개인사업자는 지난해 8월 말 606만명으로 2013년 말에 견줘 68만명 늘었다. 2011~2013년 증가폭(34만명)의 두 배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2015년에 하루 평균 3천명이 새로 자영업에 뛰어들고 2천명씩 사업을 접었다. ‘괜찮은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고, 자영업 내부의 일자리 창출과 파괴가 반복되는 것도 저금리 시대의 한 풍경이다.

담보 제공 능력을 가진 계층이 부동산임대업에 대거 나서는 ‘수익추구 성향’도 확연하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2010~2012년 11.2%에서 2015~2016년 21.0%로 확대됐다. 대부분 주거용 건물 등 부동산임대업 대출이다. 낮은 금리 덕분에 부동산임대업 수익률 격차(투자 수익률-대출금리)가 2012년 0%포인트에서 지난해 2%포인트 후반대까지 오르자 ‘레버리지 투자’를 크게 늘린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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