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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10대 기업, 세금 32% 외국에 낸다

등록 2017-01-09 19:08수정 2017-01-10 08:21

매출상위 10개 기업 8년치 납세현황 분석
외국에 내는 세금 비중 매년 가파르게 늘어
5년간 부담한 세금 27조 중 6조는 국외로
전체 기업 평균보다 실효세율 크게 낮아
“외국납세 공제 손질” 지적…법인세 조정 요구도

국내 매출액 상위 10위권에 드는 ‘초거대기업’이 최근 5년간 부담한 세금 중 20%는 외국에 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 내는 세금 비중은 해마다 가파르게 늘어나 2015년 현재(신고 기준) 31%에 이른다. 초거대기업의 국내 실효세율을 따져봤을 때 전체 기업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이유다.

거대기업 실효세율 왜 낮나 9일 <한겨레>가 2009~2016년 8개년치 국세통계연보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해보니, 매출 상위 10위권인 초거대기업이 지난 5년간 부담한 세금 총액은 27조2795억원이다. 이들 기업은 이중 한국엔 21조236억원을, 외국엔 6조2559억원의 세금을 나눠 냈다. 10대 기업이 부담한 세금에서 외국에 낸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8년(2008~2015년·신고연도 기준)간 가파르게 커졌다. 2008년엔 그 비중이 7.14%였으나 한 해 뒤인 2009년엔 14.9%로 두 배 뛰어오른 뒤, 2013년(21.20%)에 20% 벽을 돌파했고, 2015년엔 31.94%까지 확대됐다. 불과 8년 만에 외국에 낸 세금 비중이 4배가량 커진 것이다.

이는 초거대기업이 국내에서 낸 세부담을 따진 실효세율이 2015년 현재 12.05%로 전체 기업의 평균(16.8%)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이유로 보인다. 이들 기업의 실효세율은 2008년(18.72%) 이후 거의 매년 낮아졌다. 전체 기업과 초거대기업 간 실효세율 격차도 2008년엔 1.83%포인트에 그쳤으나 8년 만에 2배 남짓인 4.03%포인트에 이르렀다.

외국 납세 탓 세수기반 침식 현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법정세율엔 손대지 않는 대신 비과세·감면폭을 줄여 세수를 추가로 확보해왔다. 재벌기업이 독식하다시피 한 연구개발비세액공제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공제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세금공제도 줄었다. 이에 따라 재벌기업으로 분류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실효세율은 올해(신고 기준) 17.1%(잠정)로, 2013년(15.8%)에 견줘 1.3%포인트 뛰었다. 대규모 법인세 감세 정책을 편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20% 안팎)에는 못 미치지만 현 정부 들어 재벌기업의 실질 세부담이 늘어난 것이다.초거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초거대기업의 실효세율을 국내 세부담만 볼 게 아니라 외국에 낸 세금까지 포함해 다시 따져보면, 2011~2013년 평균 15.58%에서 2015년 17.71%로 2%포인트 남짓이나 껑충 뛰어오른다.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20% 안팎)에는 못 미치나, 이런 최근 3년간 실효세율이 매우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외납세액을 포함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초거대기업의 실효세율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은 현 정부의 조세정책에 따라 추가로 부담한 세금보다 외납세액의 증가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국내 기업의 국외 진출이 늘고 외국 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 비중이 커지면서 외납세액의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재정을 운용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핵심 세수 기반이 크게 약화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세수 확충은 정공법으로 외국 납세 증가에 따른 세수 기반 약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외국 납세액에 공제를 해주는 것은 이중 과세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처이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부과하는 소득세에도 이런 이중과세 방지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이재목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은 “한 기업이 국내든 국외이든 투자를 해서 소득을 얻었다고 가정을 할 때 국외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만 외국과 국내 두 곳에서 모두 과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세수 기반 약화를 고려해 외납세액 공제제도의 부분적 손질 여지는 열어둬야 한다고 말한다. 외납세액 공제도 일정 규모 이상은 세액 공제를 추가로 해주지 않는 최저한세 제도에 포함해야 한다거나 외납세액 공제의 방식과 범위를 좁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견해들이다. 정부도 2014년 국내 법인의 국외 손자회사가 국외에 낸 세금은 공제액에 포함하지 않는 세법 개정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복지 확대를 위한 세수 확충을 위해선 ‘정공법’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다수다. 법인세·소득세의 과표 구간을 신설하거나 최고 명목세율을 올리는 방식,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인 부가가치세 세율을 올리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에 복지 확대 용도로만 쓸 수 있는 사회복지세 도입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복지 수준의 확대를 위해선 수십조원 정도의 추가 세수 확충은 불가피하다. 여러 갈래의 증세 방안에 대해 정부·정치권·시민사회가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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