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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재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인가

등록 2017-01-11 11:32수정 2017-01-11 12:16

격차 완화·가계부채 관리 정책 등 “보완 필요” 언급...실효성있는 방안은 없어
지난 5일 정부 경제정책 총괄부서인 기획재정부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한 새해 주요 업무계획의 한 대목에 눈길이 갔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분야 성과를 평가하면서 “보완 필요사항”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그것이다. 4년간 해당 분야에서 거둔 성과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에둘러 인정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가 함께 했다.

기재부는 정책 보완이 필요한 사례로 먼저 “경기회복 모멘텀을 되살리는 한편, 부문별 격차 완화 노력”을 펴는 것을 꼽았다. 공감할 만한 얘기 아닌가. 특히 부문별 격차 완화 노력을 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그런 면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새해 업무보고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새해 업무보고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기재부는 “소득분배 지표는 그간 개선되어 왔으나 지난해 들어 악화(해), 정규직-비정규직·대-중소기업 등 부문별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득5분위 배율(전국가구·가처분소득 기준)이 2015년 1분기 4.86, 2분기 4.19, 3분기 4.46에서 2016년 1분기 5.02, 2분기 4.51, 3분기 4.81로 높아졌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소득5분위 배율은 상위 20%계층의 소득을 하위 20%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분배상태가 나쁘다고 보면 된다. 미미하게나마 나아지던 분배상태가 다시 악화하니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참에 부문별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한번 살펴보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관련 수치가 나온다. 작년 8월 현재 정규직 임금은 279만5000원인 반면, 비정규직은 149만4000원이었다.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볼 때 비정규직 임금은 53.5로 2012년(56.6) 이후 비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다. 2015년 중소기업(상시노동자 5~299명 사업장) 상용근로자 임금은 311만288원으로 대기업 상용근로자 임금 501만6705원의 62.0%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 이 수치는 2008년(63.6%)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 대-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되레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부 대책은 어떤가. 기재부는 “일자리 확충 및 맞춤형 복지를 통한 저소득층 소득 확대, 정규직-비정규직간 차별 시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의 정책노력 강화(가) 요구”된다며,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 확대되는 격차를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할까. 이런 지적이 듣기 싫으면 재정부양을 더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세부담 능력이 있는 대기업·고소득자 과세를 강화하고 제대로 된 노동·재벌개혁을 해야 한다.

한편, 기재부는 정책 보완이 필요한 또다른 사례로 “대내외 불안요인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선제적인 미래 대비”를 들었다. “세계 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대내적으로 가계부채 등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수준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서다. 이 역시 의미있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도 대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이 더 부족한데, 이미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확대 적용 등을 덧붙이고 있을 뿐이다. 가계부채 관리에 긴요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방안은 없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참석한 8일의 여야정 정책협의회에서 두 비율을 점검하기로 합의했지만 기재부는 발을 빼고 있다.

지금이라도 격차 완화와 가계부채 관리 등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재부가 정책 보완에 앞장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우리경제에 짐이 될 수밖에 없다. 기재부가 ‘촛불 민심’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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