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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일용직 수난시대…경기부진 충격 저임금 노동자에 쏠려

등록 2017-01-11 18:53수정 2017-01-11 22:25

통계청, 2016년 고용동향 발표
임시·일용직 등 저임금 노동자 무더기로 잘려나가
저소득가구는 생존 위기
제조업 일자리 7년만에 감소…생계형 창업 전선으로 내몰려
청년실업률, 9.8%…사상최고치 또 갈아치워
올해 일자리 시장 더욱 위축될 전망
지난해 고용 한파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들을 생존의 위기로 내몰았다.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고 청년실업률도 치솟았지만, 저임금 노동자의 고통이 더욱 커지는 한 해였다는 뜻이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상당수는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무더기로 잘려나간 일용직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16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일용직 일자리는 전년 대비 8만8천개가 줄었다. 지난 2012년(12만개 감소)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연중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매달(전년 동월 대비) 줄어들었다. 특히 1분기 9만3천개, 2분기 18만5천개가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그야말로 일용직의 수난이 이어진 것이다.

임시직이나 단순노무직 증가폭도 크게 둔화했다. 임시직은 지난해 1만8천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 해 전(5만4천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단순노무직 일자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증가폭이 같은 기간 13만개에서 1만3천개로 무려 90%나 줄었다.

일용직이나 임시직, 단순노무직 일자리의 감소나 증가 둔화를 ‘고용 시장의 질’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외려 상대적으로 해고가 쉬운 노동자들이 경기 부진의 첫번째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용직 노동자 등은 일자리를 보호해줄 노동조합의 울타리에서도 벗어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용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소득 위기 일용직 등 저임금 일자리의 급격한 위축은 저소득 계층의 ‘소득 위기’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전국·명목 기준)의 근로소득은 지난해 1분기(-7.4%)에 1년 전보다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매 분기 감소폭을 키웠다. 지난해 3분기(7~9월) 소득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56만1천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64만원)보다 8만원가량(12.4%)이나 줄었다. 소득 1분위 가구는 여타 가구와 달리 사업·재산소득 등이 적은 터라 근로소득 감소는 가구의 지속성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소득 1분위 가구는 여타 계층보다 가구주 연령이 높고 여성과 저학력 비중이 높은 터라 임시·일용직이거나 영세자영업자인 경우가 많다. 지난 2015년 기준 1분위 가구 가구주의 임시·일용직 비율은 42.6%로 2분위(26.3%)나 3분위(16.7%), 4분위(14.3%), 5분위(9.2%)를 압도한다. 임시·일용직 일터 불안이 소득 1분위 가구의 소득 기반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또다른 수렁, 자영업 진출 지난해 고용 시장의 또다른 특징은 7년 만에 닥친 제조업 일자리의 감소이다. 지난 한 해 동안 5천개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경기 부진에다 조선·해운 등 특정 업종의 구조조정까지 겹친 탓이다. 비교적 안정적 소득을 누리다 갑작스러운 은퇴나 실직을 맞닥뜨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상당수는 창업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연간 기준 자영업자수는 전년 대비 7천명이 늘었다. 연중 흐름을 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꾸준히 감소(전년 동월 대비)하다가 지난해 8월부터 크게 불어났다. 특히 12월엔 전년 동월 대비 15만5천명이나 늘었다. 자영업자수가 증가한 기간(8~12월)은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한 기간(7~12월)과 거의 겹친다.

한국의 자영업은 생계형 창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영업 현황’을 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자영업 중 연간 매출액이 4600만원에 못 미치는 업체 비중이 전체의 절반(51.8%)에 이른다. 또 고용원이 없는 고용주 단독 사업자는 전체의 82%이며, 10곳 중 3곳은 업력이 3년이 채 안 됐다. 양현수 고용노동부 노동시장분석과장은 “조기은퇴자와 구조조정 실직자 유입 등으로 영세한 자영업자가 늘고 있어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 청년의 취업난은 지난해에 더 심해졌다. 지난해 청년(15~29살) 실업률은 9.8%다. 취업했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 10명 중 1명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실업률은 2010년(7.5%)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상승했다. 특히 남성 청년의 실업률은 이미 2014년(10.5%)에 10%를 웃돈 이후 지난해(10.9%)엔 11%대 코앞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취업자수 증가폭은 29만9천명으로 2014년(53만3천명)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취업자수가 감소세로 돌아서지 않은 것은 서비스업 일자리가 한 해 동안 33만8천개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비스업 일자리 확대는 보건·복지(8만1천개)와 공공행정(5만7천개) 분야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본다. 기재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늘어날 일자리 규모를 26만개로 제시한 바 있다. 기재부 쪽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 고용 시장 회복이 단기간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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