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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건희 이어 이재용까지…2대 이은 삼성총수 피의자 소환 충격

등록 2017-01-12 17:47수정 2017-01-12 22:27

총수일가 지분 의존 지배라는 재벌체제 취약 재확인
법적 실체 없는 미래전략실도 다시 도마 위에
이 부회장의 새 체제 변화 추진 실기

삼성 “이 부회장 구속수사시 경영공백 불가피” 침통
“소란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2008년 4월4일 이건희 삼성 회장 특검 소환 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2017년 1월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특검 소환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면서 한 말은 2008년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정·관계 불법로비 등의 혐의로 특검에 소환되면서 한 말과 9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거의 닮은꼴이다. 삼성의 총수가 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까지 2대 연속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되면서 삼성은 물론 재벌 전반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외신들도 세계 최대 IT기업 중 하나인 삼성의 소식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현재까지 드러난 혐의가 사실이라면, 권력의 부당한 요구를 감안하더라도 외국 선진기업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3세체제 전환을 계기로 삼성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감이 컸다는 점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3세승계의 일환으로 거론되던 삼성전자 분할을 포함한 지주회사 전환작업도 상당기간 추진동력을 잃게 됐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수사를 받을 경우 경영공백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며 침통한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총수일가의 주식 지분에 의존한 지배력 확보라는 삼성과 한국 재벌체제의 취약점이 재확인됐다고 지적한다. 특검은 삼성이 국민연금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주는 대가로 최씨 모녀에 400억원이 넘는 특혜지원을 약속한 근본원인으로 3세승계를 위한 그룹 지배력 확보라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불공정 합병비율 논란을 무시하고 합병을 강행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삼성은 3세 승계를 위해 1990년대부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등과 같은 편법·불법을 동원했다”며 “지금은 이런 것이 어려운데도, 삼성이 변화된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모녀 지원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미전실 실장인 최지성 부회장과, 차장인 장충기 사장은 이미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삼성은 총수에 최종 의사결정권이 집중되고, 비공식 참모조직이 총수를 보좌하면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시스템이 오랫동안 성공요인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금의 삼성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복잡한 글로벌시장에 노출돼, 종전의 경영시스템은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많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총수일가가 지분에 의존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총수가 모든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면서,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 미래전략실이 보좌하는 삼성의 지배구조 모델이 이미 한계를 보였음에도 혁신을 미루다가 벌어진 참사”라고 표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부회장의 리더십과 역량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2년 반이 지나도록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못하고 가신그룹에 얹혀지내다가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을 받는다. 삼성은 “이 회장이 아직 살아있고, 이 부회장은 정식으로 회장으로 승진하지 않은 상태”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이는 이 회장이 의식불명 상태로 이미 경영자로서는 사망 상태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상조 소장은 “미전실 임원들이 자리보전이라는 ‘사익’을 위해 만들어낸 핑계에 불과하다”며 “삼성의 본질적 문제는 능력없는 3세와 가신그룹의 정보왜곡”이라고 꼬집었다.

특검의 구속 여부나 법원 판결 결과에 상관없이 이 부회장이 향후 삼성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삼성과 이 부회장이 새롭게 바뀌지 않으면 위기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구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다. 김상조 소장은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지분에 의존해 지배할 생각은 없고, 열심히 해서 시장 신뢰를 얻고, 그렇지 못하면 능력있는 사람에게 맡기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스스로 경영비전을 제시하고, 능력으로 시장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양호 브이아이지파트너스 고문은 “삼성이 사회와 시장의 목소리를 좀더 경청하고, 신뢰를 얻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삼성은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과 삼성특검으로 인해 2006, 2008년 두차례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사회 독립성 제고 등 경영쇄신을 약속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눈가리고 아웅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상조 소장은 “계열사는 외부주주가 추천하는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으로 사외이사의 감시·견제 기능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총수 역할을 의사결정자 대신 조정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진형 전 사장은 “글로벌 개방경제, 지식경제 하에서 총수 1인의 ‘황제경영’은 더이상 불가능하다”며 “총수들은 절대적 지배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전문경영인에 권한을 과감히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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