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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비정규직법 10년, 임시직은 줄고 시간제는 크게 늘어

등록 2017-01-13 10:18수정 2017-08-01 11:46

【HERI 쟁점진단】
제조업·금융보험업은 비정규직 비중 감소
정부 관리 공공·사회복지 분야선 되레 증가
정부-노동계 비정규직 통계 간극 좁혀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비정규직 관련법률이 올해로 시행 11년째를 맞는다. 2007년부터 시행된 비정규법은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고 차별 대우를 개선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시행 10년을 넘겼으면 취지의 성공 여부를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올해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핵심 쟁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의 비정규직 실태 변화에 대해 진단부터 엇갈린다. 노동계는 부정적이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낸 <비정규직법 시행 10년을 말한다>라는 정책보고서에서 “비정규직의 규모와 차별실태가 여전하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고용개선 효과가 미흡할뿐만 아니라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의 권리보장 문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의 이런 평가는, 한국노동사회연구원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10년간의 비정규직 실태 변화를 근거로 삼고 있다.

반면에 한국노동연구원은 사뭇 다른 진단을 내렸다. 노동연구원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난 2일 <2016 KLI 비정규직 노동통계>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의 시계열상 통계 변화가 담겨 있다. 이를 보면, 국내 비정규직 비중이 2004년 8월 37.0%를 정점으로 2008년 8월 33.8%까지 하락하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2009년 8월 34.9%까지 다시 상승한 뒤로는 꾸준히 하강세인 것으로 되어있다. 즉, 2009년 8월 이후 비정규직 비중은 줄어드는 추이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보고서는 “정규직의 비율은 늘었으나 비정규직은 10년 동안 큰 변동 없이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며 “비정규직 규모 축소와 불합리한 차별 해소를 목적으로 시행된 법이 이중화된 노동시장 구조를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국책연구기관과 노동계가 서로 상반된 평가를 내놓는 까닭은 통계 기준과 시계열 비교 기간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각각 자기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노동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09년 8월 이후 비정규직 비중이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지만, 이는 보고서에 제시된 수치와도 맞지 않는다. 통계청(정부) 기준 비정규직 비중은 2014년 32.4%에서 2015년 32.5%, 2016년 32.8%로 오히려 조금씩 늘고 있다. 비정규직 숫자도 2014년 608만명에서 2015년 627만명, 2016년 644만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비중으로 보나 절대 규모로 보나 최근 2년 사이에 비정규직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 수치가 확인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올해 ‘경제 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비정규직 관리목표를 확정해 총량 관리에 나서겠다고 할 정도이다. <관련기사 정부-노동계 ‘비정규직 통계 차이’ 짚어보니… ☞>

‘비정규직 비중 2년 연속 증가’라는통계청 수치에 대해 노동계가 보이는 반응도 의아하다. 민주노총의 <10년 보고서>는 “비정규직은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고 차별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을 뿐, 2014년 이후의 수치 변화를 거론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노동계가 지금까지 내세운 비정규직 통계 기준으로는 다른 추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 비정규직 통계를 산출하고 있는 한노사연은 “비정규직 비율이 2014년 3월 이후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노사연은 매년 3월과 8월 두 차례의 경제활동 부가조사 결과치를 모두 비교자료로 삼고 있다. 여기서 비정규직 비율을 시점별로 보면 2014년 8월 45.4%, 2015년 3월 44.6%, 2015년 8월 45.0%, 2016년 3월 43.6%, 2016년 8월 44.5%이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같은 시기인 8월만 비교하면 2014년 이후 노동계기준 비정규직 비율은 완만하게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림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노동계 기준에 따른 연도별 비정규직 비율은 2005년 56.1%로 정점을 찍은 뒤 11년째 연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자료: 한국노동연구원 <KLI 비정규 노동통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자료: 한국노동연구원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비정규직 추이와 관련한 정부와 노동계의 평가는 각자 기준 통계와는 다소 모순된 측면이 있다.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사실은, 비정규직 통계에 대한 양쪽의 각극이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에 노동계 기준 비정규직 규모는 783만명, 정부 집계는 461만명으로 무려 322만명의 간극이 있었다. 비정규직 비율도 노동계 55.4%, 정부 32.6%로 22.8%포인트의 격차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16년에는 노동계 추산 비정규직 규모는 874만명(비율 44.5%), 정부가 644만명(32.8%)으로 규모 차이는 230만명으로 줄었고, 비율도 11.7%포인트로 좁혀졌다. 어떤 사정 변화가 이런 흐름을 만들어 낸 것일까?

일하는 여성의 증가, 베이붐 세대의 잔류 이유

우선 지난 10여년 동안 비정규직 구성의 변화를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비정규직이냐 정규직이냐를 놓고 이견을 보이던 고용형태는 감소하는 대신 동일하게 비정규직으로 판단하는 쪽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림2>은 2003년 이후 ‘종사상지위의 임시일용직’ 비중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임시일용직은 비정규직 규모를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의 격차가 발생하는 주된 논쟁 영역이었다. 노동계는 임시직이나 일용직은 정규직으로 보지 않는 반면, 정부는 임시일용직 중에서 200만명 이상을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임시일용직의 비중 축소는 양쪽간의 비정규직 규모 차이를 줄여주게 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분류기준은 비정규직 고용형태간의 중복을 없애 상호비교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를 이용해서 노동계가 주장하는 비정규직 고용형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림3>에서는 빨간선으로 표시된 일반임시직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파란색 점선으로 된 임시파트타임직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임시직의 경우 정부에서는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분류하는 반면에 노동계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본다. 시간제 근무를 하는 임시파트타임직은 정부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분류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일반임시직 감소와 임시파트타임의 증가는 정부와 노동계간의 비정규직 추정치의 차이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당연하다. 즉 ‘임시직의 축소와 시간제의 증가’ 는 최근 10년간 비정규직 관련 구성변화에서 가장 특징적인 현상이면서, 동시에 정부와 노동계가 내놓는 비정규직 통계의 차이를 축소시켜온 주요 요인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서로 다른 통계 기준에 따른 변화만 설명할 뿐이다.

자료: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16.8). 원자료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준에 따라 계산.
자료: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16.8). 원자료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준에 따라 계산.

실제로 보다 중요한 것은 인구구조와 산업구조 등의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자체의 변화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핵심 현안이다. 민주노총 보고서가 지적하다시피 “정규직이 많이 늘었고 비정규직은 줄지 않았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전체 취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정규직이 많이 늘고 비정규직은 답보 상태라면 긍정적인 현상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림4>의 지난 10년간 경제활동인구 변화를 살펴보면, 15살 이상 인구가 460만명 늘어난 가운데 취업자는 336만명이 순증했고, 임금노동자는 그보다 더 많은 428만명이 늘었다. 이는 신규 취업자들이 임금노동자로 다수 진입한 것과 더불어 기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 등에서 일하는 비임금근로층의 약 90만명이 임금노동자로 전환했음을 유추하게된다. 특히 임금노동자 중에서도 비정규직은 10년 동안 28만명, 3.3% 증가에 그쳤지만 정규직은 무려 399만명, 57.6%나 늘어나 수치상으로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나아졌다고 할 수 없다. 임금 수준이 높고 고용도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취업자와 정규직 임금노동자가 증가한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50대 이상 중장년층 임금노동자의 노동시장 잔류 경향이 확산된 가운데 청년층의 노동시장 신규 진입은 지속된 탓이다. 이런 흐름 속의 중장년층과 청년 일자리의 질이 좋아질 리 없다.

자료: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16.8). 원자료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준에 따라 계산.
자료: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16.8). 원자료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준에 따라 계산.

정부, 공공분야 비정규직 개선 의지 실종

산업별 고용 추이 통계에서도 질적 저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임금노동자를 가장 많이 흡수한 산업은 보건복지사회서비스 분야이다. 아래 <표>를 보면 보건복지서비스업이 10년간 약 62만명에서 181만명으로 118만명의 임금노동자가 증가했는데 비정규직 비율은 더 높아졌다. 장기요양서비스 등 복지서비스 수요의 확대로 이 분야에서 일자리는 많이 늘었지만 영리법인들이 저임금 인건비 경쟁에 매달리면서 비정규직 의존도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 분야에서 주로 늘어난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임시파트타임이었다. 이와 달리 제조업은 정규직이 89만명 늘고 비정규직이 33만명 감소해 정규직 비율이 76.5%로 13.8%포인트 높아졌다. 은행들의 활발한 정규직 전환 추진에 힘입어 금융보험업 역시 정규직 중심의 고용 증가세가 뚜렷했다. 정규직은 11만명 늘고 비정규직은 7만명 감소했는데, 특히 기간제 고용의 축소가 두드려졌다. 비정규직 비중이 특히 높았던 도소매업에서도 정규직이 55명 증가한 대신에 비정규직은 18만명이 줄어 눈길을 끈다. 정부의 적극적인 근로감독과 함께 청년유니온 등의 노동운동이 활발했던 대형 유통업체의 대규모 정규직 전환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추론해볼 수 있다.

반면에 정부가 고용 주체이며 기존에는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은 산업이었던 공공행정?사회보장 부문에서는 10년 동안 비정규직이 7만명 더 늘어 비정규직 비율도 더 높아졌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둔 시간제근로 정책의 영향 때문인지 임시파트타임직이 집중적으로 늘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용역근로가 많은 시설관리업과 파트타임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업도 불안정한 일자리 증가를 주도한 부문이었다.

자료: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16.8). 원자료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준에 따라 계산.
자료: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16.8). 원자료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준에 따라 계산.
임금노동자의 성별 증감 추이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여성의 비중이 커졌다는 게 특이한 흐름이다. 10년 동안 늘어난 임금노동자를 성별로 나누면 남성이 215만명, 여성은 183만명이다. 임금노동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42%에서 43.9%로 커지긴 했으나 72만명에 이르는 임시파트타임 등 여성 비정규직이 대폭 증가했다는 게 문제이다. 정규직 임금노동자에서 여성의 비중은 30%에서 36%로, 비정규직 여성 비중은 52%에서 54%로 늘었다. 전반적으로 여성의 임금노동 참여가 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연령별로 보면 2006년에는 여성 정규직 중에서 20대의 비중이 40%로 가장 높았다가 2016년에는 30대가 28.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40대(26%)까지 포함하면 여성 정규직의 절반 이상이 30~40대로 바뀌었다.

여성 비정규직에서는 중장년층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을 연령별로 나누면 2016년 현재 40대 22%, 50대 24%, 60대 20% 등 40대 이상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해 여성 비정규직의 중고령화를 확인할 수 있다. 남성 비정규직 또한 50~60대의 구성비중이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노동자의 이런 연령 구성의 변화는 베이비붐 시대 이전에 태어난 세대들이 노동시장에서 은퇴하지 않고 잔류하면서 비정규직 형태라도 계속 일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장년층의 노동시장 잔류는 전체 임금노동자 증가를 설명하는 또다른 열쇠이기도 하다. <그림5>는 연령별이 아닌 출생 세대별 지표를 보여주는데, 1995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들이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동안에도 베이비붐 세대는 물론 한국전쟁 이전 세대들까지 노동시장에서 숫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잔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세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높아지고 임금 수준은 떨어졌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자료: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16.8). 원자료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준에 따라 계산.
자료: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16.8). 원자료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준에 따라 계산.

취약계층 위한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 시급

지금까지 살펴본 지난 10년 동안의 임금노동자 실태 변화는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몇 가지 단초를 제공한다. 이는 앞으로 전반적인 경제 운용 방향은 물론, 고용 및 복지 정책을 둘러싼 생산적 논의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첫째, 지난 10년 동안 노동시장의 외형상 변화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취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자영업은 줄어드는 대신 임금노동자와 정규직이 늘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정부와 노동계간 비정규직 추정치의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일반임시직이 빠르게 감소하는 대신 임시파트타임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는 우려스럽다. 이는 전체 임시직 노동자의 노동시간 감소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통계기준 비정규직 비율이 2015년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불길한 징조이다. 고용 지표는 경기에 영향을 받는 동시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비정규직 증가라는 고용 지표의 악화는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이는 다시 전반적인 내수경기 침체와 고용 사정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당장에는 최저임금제와 사회보험제도를 강화해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을 돌보는 게 급선무이다.

둘째, 공공서비스 분야의 고용 증가와 함께 비정규직 비중까지 커지는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과 금융보험업, 도소매업에서의 비정규직 감소와 정규직 중심의 일자리는 증가는 노동조합의 노력과 정부의 근로감독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고용의 양과 질을 통제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비정규직이 크게 늘고 비율도 높아진 것은 납득하기 힘든 현상이다. 민간에는 비정규직 문제 해소 노력을 강조하면서 스스로는 문제 해결은커녕 더 키우고 있는 셈이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 등에 따라 지난 10여년 동안 가장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일자리가 필요한 데가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이다. 이 분야는 수익성 위주의 시장 원리가 아니라 공익적 운영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영세한 영리법인들의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적절한 규제가 없어 비정규직 확산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다.

셋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면서 임금노동자의 여성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 과정에서 30대 이후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도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규직내 여성 비중의 증가와 동시에 비정규직내 여성 비율도 50%를 웃돌면서 계속 높아지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가 여성노동자의 지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 개선은 단순한 양성 평등의 문제가 아니다. 극심한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이제는 생산가능인구마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위협하고 있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지 않고서는 저성장의 덫을 피할 길이 없다. 여성의 경제활동가율이나 고용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 수준으로만 끌어올리더라도 적지 않은 잠재성장률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질 나쁜 일자리 중심으로 여성 노동이 증가하는 것은 양성 평등에 역행할 뿐 아니라 노동생산성 저하 요인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지난 10여년 동안의 취업자 증가 요인을 노동 공급의 측면에서 좀더 엄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취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한 것은 노동 수요의 증가 때문이 아니다. 마지못해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찾아야 하는 ‘생계형 노동 공급’ 이 늘어난 결과로 해석하는 게 더 타당하다. 이러한 취업은 성별로는 여성에, 연령별로는 베이비붐세대를 중심으로 한 중장년층, 고용형태로는 일반임시직과 임시파트타임에 몰려 있다. 이런 쪽의 일자리는 임금노동자라 할지라도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 원하는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서 택한 경우들이 많다. 이런 쪽의 취업자들은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 고용의 안정성 등을 종합할 때 일종의 ‘불완전 취업(underemployed)’ 계층이라고 볼 수 있다. 불완전 취업은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저성장과 경기침체의 지속에 따른 고용 한파를 고려한다면, 지속가능한 일자리 중심의 적극적인 고용확충 대책이 절실하다. 비정규직 규모를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간 논란과 통계 간격이 줄어든 지금이 실질적인 정책 방향과 핵심 대상을 놓고 공감대를 모을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

박영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ys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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