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2.8%에서 2.5%로 낮춘 주된 이유는 민간소비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연 1.25%)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한 경제정책 과제의 하나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며 이어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고 그에 따라 고용여건 개선에 제약을 받는 게 일정한 구실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성장률 하향 조정 요인으로 소비둔화 가능성 말고 대외여건의 변화도 들었다.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시장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 보호무역주의 우려, 연준의 지난해말 기준금리 인상 뒤 금리조정에 대한 기대 변화 등이 그것이다.
이 총재는 연준이 올해 3차례 가량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한은이 연준의 움직임을 기계적으로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우리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한은의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총재는 집값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집값 전망이 특히 쉽지 않다며 일단 올해 급속한 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택경기가 좋았던 지난 몇년간에 비해서는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부동산과 금융자산 시장이 버블상태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도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체감물가가 오르면서 그 여파로 지표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경제성장률이 둔화해 스태그플레이션이 빚어질 우려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1.8% 전망)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인 2%에 접근할 것으로 보지만 이를 넘지는 않을 것이고 성장률도 하반기로 갈수록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근거로 내놨다.
이 총재는 지난 2015년 한은에서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을 3.0~3.2%로 추정했다며 현재는 이 수치가 달라졌을(낮아졌을) 것으로 생각돼 다시 추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질성장률이 지난 몇년간 2%대를 나타내고 있고 얼마전 통계청에서 새로 인구추계를 발표해 그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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