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구인 게시판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서 청년층(15~29살)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1% 상승한 8.2%로, 같은 달 기준으로 보면 2003년 11월(8.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날 서울 신촌 연세대에서 학생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전체 실업자의 13.1% 차지
20~30대 구직활동 나섰지만 취직 못해
실업급여 등 안전망 취약해 장기실업 고통
정부는 16조 예산 썼지만 ‘고용한파’ 여전
20~30대 구직활동 나섰지만 취직 못해
실업급여 등 안전망 취약해 장기실업 고통
정부는 16조 예산 썼지만 ‘고용한파’ 여전
100만명을 넘어선 지난해 전체 실업자 중 6개월 이상 ‘장기백수’ 비율이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가뜩이나 실업급여 등 안전망이 취약한 가운데 구직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은 노동시장의 암울한 모습을 드러낸다. 정부는 1년간 일자리 창출로 15조8천억원의 예산을 썼지만, 고용한파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15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수는 13만3천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13.1%를 차지했다. 이들의 평균 구직기간은 7.9개월이었다. 장기실업자 비율은 2002년(13.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직기간이 1년 이상인 실업자도 전체의 0.9%인 9천명이었다. 2000~2007년 10%대를 보이던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비율은 2008∼2014년 6∼9%대로 내려갔다. 하지만 2015년 10%로 다시 두 자릿수로 올라섰고, 지난해 3%포인트나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하반기 실업자들이 대량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장기실업자의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실업자 절대 수가 늘어나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이 심해져 장기간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하반기 제조업 경기가 나빠 채용 수요도 줄어들다 보니 20∼30대 중심으로 6개월 이상 직업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 20대(20~29살)는 1년 사이 진학·시험준비 등을 이어가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었으나 실업률(9.1%→9.8%)과 고용률(57.9%→58.3%)이 동시에 올랐다. 이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머물던 20대 청년들이 구직활동에 나섰지만, 일부만 취직을 하고 상당수가 실업자로 머물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30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실업자 개인에게도 장기실업은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실업급여는 퇴직 이전 180일 이상 일했을 경우 비자발적 퇴사에 한해 최대 240일(8개월) 동안 받을 수 있다. 20대는 취직 경험이 없거나 비정규직으로 짧게 일한 사례가 많아, 수입도 없는 상태에서 장기 구직활동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업급여를 받았던 이들조차도 구직활동 기간이 장기화하면 안전망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장기실업자의 증가세는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특히 제조업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도 지난해 15조8천억원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고용시장은 찬바람만 불었다. 지난해 실업자는 통계작성 방식이 바뀐 2000년 이래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청년층 실업률(15~29살)은 2015년 9.2%에서 지난해 9.8%로 상승하면서 2년 연속 역대 최고치였다. 일자리 사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우리 경제 전반의 고용창출력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실효성이 부족해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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