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8일 미국 경제가 고용극대화(고용안정)와 물가안정이란 연준 설립목적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샌프란시스코 커먼웰스클럽에서 한 ‘통화정책의 목적과 (연준의) 추구 방법’이란 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자신과 연준 동료들은 기준금리가 2019년말 3%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준 기준금리는 0.50~0.75%다.
옐런 의장은 지금 “미국 실업률이 5% 미만(지난해 12월 4.7%)으로 대략 경기대침체 전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는 연준 안팎의 많은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고용극대화에 부합하는 실업률(4.75% 정도)이라고 전했다. 미국 실업률은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극심한 경기침체가 빚어지면서 2009년 10월 10.0%까지 뛰기도 했다.
옐런 의장은 물가상승률의 경우 물가안정에 부응하는 2%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이 목표치에 다가갈 것으로 낙관했다. 고용시장 여건이 개선되고 유가 하락 효과가 사라지고 있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이 18일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옐런 의장은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긴 했으나 통화정책은 여전히 부양 기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성장세가 좀더 강해져야 뜻밖의 충격파가 닥치더라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은 기준금리 수준이 낮아 돌발 상황에 대처할 여력(금리 인하)이 적다는 것이다. 실업률이 크게 낮아졌지만 실망실업자 등 다른 실업 지표들이 아직 경기대침체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옐런 의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한편에서 비판이 나온 것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했다. 3%로 추정되는 장기 중립금리에 다가가는 노력을 너무 늦추면 “너무 높은 물가상승률이나 금융불안정 또는 두가지 현상 모두”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려야 하는데 이는 다시 경기침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립금리는 대체로 물가안정과 고용극대화를 이룰 수 있는 금리를 일컫는다.
옐런 의장은 연준을 비롯한 여러 중앙은행들이 왜 물가안정에 부응하는 물가상승률을 2% 보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내놨다. 0%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을 고려한 성싶다. 옐런 의장은 가장 중요한 요인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완충장치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수준의 지속적인 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이 빚어지면 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이 커 일자리와 임금 삭감 압력이 높아지고 부채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옐런은 완충장치의 수준이 2%보다 많이 낮아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으면 이자율도 낮기 마련이어서 중앙은행이 경기 둔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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