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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저소득층 고용 위기 ‘나몰라라’ 한 정부

등록 2017-01-22 16:25수정 2017-01-22 21:11

저소득층 대상 직접 일자리 사업 규모 1만6천명 줄어
빚 강박에 발목 잡혀 저소득층 고용-소득 위기 부채질
말 뿐인 ‘일자리 중심 국정 운영’
공공근로 등 정부가 예산을 들여 만드는 ‘직접 일자리’ 규모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 절벽을 우려해 모든 국정 운영의 중심을 ‘일자리’에 두겠다며 ‘일자리 비상령’을 내린 정부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겨레>가 입수한 ‘일자리 예산’ 세부 내역을 보면, 올해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의 예상 수혜 인원은 76만4천명으로 한 해 전(추경 예산 기준) 78만명에 견줘 1만6천명이나 줄었다. 이마저도 지난해 말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야의 요구로 정부안(75만8천명)에 비해 6천명 늘어난 것이다. 직접 일자리 사업은 공공근로처럼 경기 위축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만드는 단기 일자리 사업을 주로 가리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직접 일자리 사업은 경기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돼야 하나, 과거 경험에선 경기와 무관하게 계속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일자리 사업 심층평가를 토대로 올해 예산에서는 직접 일자리 사업 규모를 줄였다”고 밝혔다. 경기가 나쁠 때 늘렸던 직접 일자리 사업은 경기가 좋을 때는 줄여야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계속 늘어나는 문제를 고려한 조처라는 것이다.

기재부는 직접 일자리 사업을 줄이는 대신 창업 지원 등 신규 일자리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쪽에 예산을 더 늘렸다고 말했다. 실제 직접 일자리 사업 예산(금액 기준) 증가율은 한 해 전(본예산 기준) 7.5%보다 3.1%로 크게 줄였으나 창업지원이나 고용서비스 분야에는 예년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창업지원 사업 예산은 2조2천억원으로 지난해(본예산 기준) 1조9천억원보다 3천억원(17%)이나 더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저소득 계층이 주로 접근하는 공공근로와 같은 직접 일자리 사업을 줄이는 쪽으로 올해 예산을 편성한 것은 저소득 계층이 겪고 있는 고용·소득 위기와 올해 고용시장 상황을 정부가 가볍게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지난해 1분기부터 1년 전에 견줘 감소세로 돌아선 뒤 감소폭을 꾸준히 키워갔다. 지난해 3분기 현재 이들 가구의 근로소득 감소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가장 큰 12.3%에 이른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국정 운영의 중심에 ‘일자리’를 놓고, 예산 집행도 올 1분기 혹은 상반기로 최대한 끌어당기기로 한 점은 고용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나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올해의 심각한 고용 위축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저소득층을 겨냥한 직접 일자리 사업 규모를 줄인 건 ‘정책 실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고용 등 경제 환경 변화에 주목하기보다는 ‘재정 건전성’ 확보에만 무게를 둔 재정 운용을 한다는 점이다. 올해 예산은 추가적인 건전성 악화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추경 예산 기준)보다 약 2조원(0.5%) 늘리는 데 그쳤다. 전체 예산 규모를 적게 편성하다 보니 직접 일자리 사업 규모도 확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는 뜻이다.

실제 기재부 예산당국은 여러 차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재정 운용의 가장 큰 가치로 삼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해까지 국가채무비율(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값)을 40% 아래로 관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점을 신문 1면에 실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국가채무비율은 ‘2016년 본예산’ 편성 당시엔 40.1%로 예상됐으나, 세수가 예산당국의 예상 범위보다 20조원 이상 더 많이 들어오면서 39.1% 내외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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