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전략
이재명 ‘재벌 해체’, 심상정 ‘승계 금지’
문재인 쪽은 출자총액 제한제 부활 안
최소 전략
김상조 소장 “선명성 경쟁땐 실패”
이사회 독립성·상법 개정 등 초점
이재명 ‘재벌 해체’, 심상정 ‘승계 금지’
문재인 쪽은 출자총액 제한제 부활 안
최소 전략
김상조 소장 “선명성 경쟁땐 실패”
이사회 독립성·상법 개정 등 초점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범 개혁진보진영에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방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주요 야당 대선 주자와 시민단체, 전문가그룹은 개혁을 단행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보다 강력한 정책을 내놓는 이른바 ‘최대 전략’ 구사하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개혁에 대해 여야 간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점과 재벌의 반발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의 지지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앞세우는 ‘최소 전략’을 주장하고 있다.
23일 정치권·시민단체·전문가그룹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대 전략’으로는 ‘재벌 해체’를 약속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재벌 3세 승계 금지’를 천명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꼽힌다. 두 사람은 직접 재벌 기업을 없애거나 경영 세습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총수 일가가 전횡을 일삼는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불법 승계를 차단한다는 취지라고 부연 설명하지만, 유력 대선 주자들이 직접 재벌 체제나 세습에 대해 ‘해체’나 ‘금지’라는 표현을 쓴 것은 경제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정책캠프인 ‘국민성장’의 경제분과위원장인 최정표 건국대 교수는 10일 문 대표의 재벌개혁안 발표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를 부활해 10대 재벌은 순자산의 30%까지만 출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18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정책포럼에서 국민연금의 재벌 계열사 투자 한도를 늘려서 의결권을 높인 뒤 무능한 총수 일가는 경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반면 23일 국회에서 야3당 정책연구소가 공동개최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토론회’에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념적 슬로건, 비현실적 목표, 생경한 수단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전면화해 선명성 경쟁을 하다 보면 재벌의 반발을 초래하고 국민의 지지도 얻기 힘들어 오히려 개혁 실패의 원인이 될 우려가 높다”고 ‘최대 전략’을 비판했다. 김 소장은 이 시장과 심 대표에 대해 “국민의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재벌의 황제 경영 근절을 위한 지배구조 개혁’으로 표현을 수정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또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강조하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에 대해서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절대 거론해서는 안 될 사항’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출총제와 기존 순환출자 규제는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정치적 논란만 가중시켜 개혁에 역작용만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 전 대표나 더불어민주당이 우선 개혁 과제로 제시한 금산분리 강화, 지주회사제 요건 강화,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노동자 추천 사외이사제 도입도 보완 및 추가 검토 필요성을 이유로 중장기 과제로 미룰 것을 제안했다.
김 소장은 대신 2월 임시국회부터 대선 직후까지 향후 6개월간 시행할 단기 최우선 과제로 주총 활성화·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전자·서면·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의 상법 개정을 꼽았다. 김 소장은 “상법 개정은 53개 재벌 계열사들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면서 단 2곳만 이사회 의결을 거친 데서 필요성이 확인됐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며 ‘최소 전략’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 또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불공정 합병 찬성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위한 지침’ 마련과,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모범규준(스튜어드십코드) 제정 취지에 맞춰서 ‘기관투자자 간 공동행동’을 가로막는 자본시장법의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야당 정치인들은 이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여, 앞으로 개혁 전략을 둘러싸고 범 개혁진보진영의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현실성이 없는 이상적인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며 김 소장의 견해에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참여연대 안진걸 공동사무처장도 “야3당과 새누리당, 바른정당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개혁 방안부터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는 재벌개혁과 공정한 시장경제 조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이견을 보였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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