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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트럼프 대 옐런…달러가치 앞날 누구 손에 달렸을까

등록 2017-01-24 14:30수정 2017-01-24 21:58

연준 의장 “미 경제 정상궤도 문턱”…트럼프 부양책에 견제구
옐런 남은 임기 내년초 끝나…지명권 가진 트럼프 태도 주목
‘과열은 안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소리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중앙은행의 종말”(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을 맞았다는 평가까지 나왔으나, 상황은 다시 반전했다. 연준이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정면으로 견제구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행보만큼이나 연준의 대응 수준에 따라 세계 경제 흐름의 가늠자인 ‘달러가치’ 흐름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

목소리 내는 옐런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커멘웰스클럽 컨퍼런스장 연단에 섰다. 트럼프 당선 이후 옐런 의장이 외부 공개석상에서 미국 경제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자리였다.

옐런 의장은 ‘통화정책의 목적과 연준의 추구 방법’이란 제목의 연설에서 “미국 실업률이 5% 미만으로 대략 경기 대침체 전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완전 고용에 부합하는 실업률”이라며 “나와 동료들은 기준금리가 2019년 말에는 3%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에 대해서도 “물가안정에 부응하는 2%에는 못 미치나, 머지않아 이 목표치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연준의 목표에 미국 경제가 근접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앞으로 연준이 금리를 꾸준히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현재 0.50~0.75%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향후 3년간 8~9차례(0.25%포인트씩 인상 가정) 올릴 수도 있다는 것을 시장에 알린 것이다.

연준의 이런 인식에는 지난 8년여간의 경제 침체기에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을 권고했던 경제학자 일부도 동조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실은 최근 칼럼에서 “낮은 실업률은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단지 하나의 지표에 불과하다”며 “두가지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중 하나는 임금이 적절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으며, 두번째는 노동자들의 임금 협상력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부문에서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하게 확인된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의 미국 경제가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는 판단을 담고 있으며, 트럼프 정책에 대한 견제구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가 공언한 적극적 부양책은 외려 경제를 과열로 내몰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깝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와 대규모 감세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를 더 만들고 수출을 늘리는 경제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 돌직구를 날렸다. 이 기구는 올해 세계경제전망(WEO) 발표에서 불확실성을 전제하면서도 트럼프 시대에 나타날 수 있는 경제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 이 기구의 모리스 옵스펠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정책이 주도하는 경기 부양으로 경제가 과열되면 물가안정을 위해 미 연준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달러가치는 급등하며,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공약대로라면) 상당한 수준의 재정 적자를 유발하며 (물가 급등에 따라) 실질 성장률도 (장기적으로) 떨어뜨린다”고 덧붙였다.

달러가치 어디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에 가장 큰 관심사는 ‘달러가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달러 약세 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옐런 의장의 발언이나 국제통화기금이 제시한 그림대로 연준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끌어올리게 되면 달러는 강세를 띠게 된다. 달러가치는 트럼프의 정책과 연준의 대응이란 변수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외환시장은 트럼프와 연준에서 나오는 뉴스에 따라 며칠 사이에도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한 예로 지난 17일(현지시각) 트럼프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달러가 너무 강하다”라고 발언하자 달러가치는 급락했다. 그 여파로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7.8원 하락(원화 강세·달러 약세)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옐런 의장의 발언(“기준금리를 2019년까지 3%까지 올릴 수 있다” 등)이 나오자 19일 원-달러 환율은 거꾸로 10.9원 급등했다. 한마디로 두 거물의 입에 외환시장이 널을 뛴 것이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옐런은 공화당원이 아니다” 등의 발언을 했으나 당선 뒤 현재까지 연준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옐런 의장의 임기가 내년 초까지이고, 연준 위원의 지명권은 대통령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연준에 대한 향후 트럼프의 태도 자체가 달러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의장이 최근 들어 부쩍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재 연준 위원은 2명이 공석이며, 내년 2월과 6월에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의 임기가 차례로 끝난다.

문제는 이런 혼란기에 한국이 쓸 수 있는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로선 원화 강세(달러 약세)보다는 약세가 더 유리하지만 이보다 우려되는 것은 높은 시장 변동성”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당면 과제는 오는 4월쯤 발표될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라며 “환율 조작국에 지정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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