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자리를 되찾을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일자리 되찾기와 성장’을 6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10년에 걸쳐 2500만개 일자리를 만들고 한해 4%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두고 과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8년간 늘어난 취업자 수가 1560만명이고, 미국의 한해 성장률이 2% 안팎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게다가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담한 계획”을 내놓은 것은 고용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반적인 정책기조와 정책수단이 적절한지 여부는 별개로 하고 말이다.
지금 여러 나라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정부에서 내놓은 자료(’17년 고용여건 및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추진방향)가 현실이 대강 어떤지 일러준다. 우선 구조조정이 가시화하며 지난해 중반 이후 조선업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실업률이 올라가고 있다. 고용의 질도 나빠지는 추세다. 음식·숙박업 취업자 등이 늘어난 반면 제조업은 줄어들고, 장년층 취업자가 청년층보다 크게 증가했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되레 확대되는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이 소폭 상승했다. 고용 규모와 질 모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이런 상황이 조만간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300인 이상 대기업이 지난해 4분기~올해 1분기 새로 뽑겠다고 계획을 세운 직원 수가 3만명으로 한해 전에 견줘 8.8% 줄어든 게 이를 뭉뚱그려 말해준다.
정부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하고 기업 등에 이런저런 당부를 하는 것은 그래서다. 정부 경제팀 수장인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일자리가 곧 민생’이라는 자세로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30대 그룹에서 조속히 확장적으로 상반기 채용계획을 결정해주기 바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 공공기관들이 솔선수범하여 청년 신규채용을 최대한 확대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정부가 일자리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정치권에서 고용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고무적이다. 대선주자들의 경우 더 그렇다. 정권을 잡으면 서둘러 달려들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아니겠는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자신의 ‘일자리 정책 구상’을 발표하기 위해 연단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마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며칠 전 물꼬를 텄다. 문 전 대표는 ‘일자리 정책 구상’에서 “(앞으로 들어설) 민주정부는 일자리를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 일자리 정부가 될 것”이라며 공공부문 고용 확대와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최대 13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을 대기업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를 해소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했다.
다른 대선주자들과 정당들의 비판이 없을 리 없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일자리 만들기를 공공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겠다는 발상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렇게 하려면 세금을 얼마나 거둬야 하는지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한마디로 “부실한 정책”이라고 깎아내리면서 2월에 자신의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다른 정당 대표 등도 주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 방향이 잘못됐으며 재원 대책이 없다고 공격했다. 문 전 대표 쪽은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은 채 비판만 하고 있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쪼록 일자리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면 좋겠다. 다른 대선주자들도 이른 시일에 자신의 이상을 담은 일자리 비전을 내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부실한 정책이 걸러지고 튼실한 정책이 선택될 수 있다.
현 정부도 고용불안을 해소할 실효성있는 방안을 짜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고용 중심의 국정운영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길 바란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