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제학자들이 고령화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해왔다.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감소하고, 숙련도가 높은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남에 따라 생산성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지나친 것임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과, 공평성장을 위한 워싱턴센터라는 두뇌집단이 소개했다.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 등이 최근 발표한 ‘장기정체? 자동화시대 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끼치는 영향’이란 논문이 그것이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미국경제학회가 주는 존 베이츠 클라크 상을 받았으며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이 국내에 번역·출판된 이름난 경제학자다.
애쓰모글루 교수 등은 169개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령화와 성장률(1인당 국내총생산 증가율) 사이에 역의(negative)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되레 몇몇 나라에서는 고령화와 성장률이 정의(positive) 관계를 보였다. 다만 고소득 국가에서는 정의 관계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결과는 고령화가 경제성장을 억누를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는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자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중심으로 장기정체론이 제기됐다. 성장률이 앞으로 매우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가설이다.
논문은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주된 이유로 로봇의 활용 등 기술진보가 계속되는 점을 들었다. 좀더 풀어서 얘기하면 이렇다. 고령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노동수요에 비해 줄어들고 이는 임금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 임금 상승은 기업들로 하여금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술에 투자할 유인을 제공한다. 높아진 생산성은 고령화에 따른 성장률 감소분을 상쇄하거나, 벌충하고 남아 성장률을 높이게 된다.
애쓰모글루 교수 등의 논문은 인구가 경제추세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숙명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되며, 경제성장을 부추기기 위해서는 임금 상승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러준다고 공평성장을 위한 워싱턴센터는 해석했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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