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토안보부 본부를 찾아 직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올해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규모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압박하고 있는 ‘환율조작국 지정’의 주요 요건 중 하나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산 원자재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대미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과 국내 연구기관들의 전망을 보면, 올해 상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총 경상수지 흑자가 800억 달러대 초·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11월 경상수지 흑자는 909억1천만 달러(잠정치)다. 한은은 지난 13일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810억 달러로 작년 전망치(985억 달러)보다 175억 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올해 세계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하겠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투자 개선 등으로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여행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서비스수지의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의 전망대로라면 우리나라 연간 경상수지는 2014년 843억7천만 달러 이후 3년 만에 800억 달러대로 낮아진다. 2015년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인 1천59억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엘지(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800억 달러 초·중반으로 잡았다. KDI가 857억 달러, LG경제연구원이 859억 달러를 제시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830억 달러를 전망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100억 달러 이상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의 주요 근거는 국제유가 변동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해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지난해 평균 41.41달러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등으로 배럴당 50달러대 초·중반대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원유 수입액이 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등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움직임도 경상수지 감소 폭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2016년 10월 환율 조작국 평가에서 한국·중국·독일·일본 등 6개국을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미국 재무부는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각 국의 환율조작국 평가·지정과 관련해 3가지 지표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경상수지(상품무역수지+무역외수지+이전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환율시장 일방향 개입(지디피 대비 달러 순매입 비중 2% 초과) 등이다. 이 가운데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환율조작국 지정 전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10월 평가 결과,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302억달러 △지디피 대비 대미 경상수지(2015년 330억3천만 달러) 흑자 7.9% △지디피 대비 달러 순매입 비중 -1.8%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에서 기준을 초과했다. 3개 요건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 지정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대미 교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규모가 줄어들면 환율조작국 지정을 비켜갈 수 있게 된다. 지난 23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제기하고 있는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와 관련해 “한미간 교역에서 상품수지 흑자 폭이 2015년 258억달러에서 지난해 238억달러로 줄었고, 서비스수지 적자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올해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5년차에 들어가면서 무관세 품목이 늘어나 미국 제품 수입이 증가하면서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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