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0% 오르면서 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달걀 대란’ 여파로 농축수산물 물가가 뛰었고 유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들의 체감 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생활물가지수는 4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0% 올랐다. 이는 2012년 10월(2.1%)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5월부터 0%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는 9월 이후 4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이어가다 지난달 껑충 뛰어 2%대로 올라섰다.
에이아이로 달걀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달걀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 크다. 지난달 달걀값은 1년 전보다 61.9% 뛰었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8.7%) 상승폭보다 7배나 확대된 것이다. 무(113.0%), 배추(78.8%), 당근(125.3%), 귤(39.3%), 토마토(37.0%), 국산쇠고기(4.7%) 등 농축산물 가격도 많이 올랐다. 전체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올라 전체 물가를 0.67%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국제유가 반등 여파로 그간 물가 안정세에 기여했던 석유류도 1년 전보다 8.4% 뛰어 전체 물가를 0.36%포인트 상승시키는 구실을 했다. 석유류 가격이 뛰면서 교통, 공업제품 등 관련 물가도 줄줄이 올랐다. 교통은 3.8% 오르면서 2012년 6월 4.2% 이후 인상 폭이 가장 컸고 공업제품도 1.6%나 뛰었다. 서비스물가는 2.2% 상승해 전체 물가를 1.21%포인트 올렸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5% 상승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1.7% 올랐다. 식품 등을 포함한 생활물가는 2.4% 상승했다. 이는 2012년 2월 2.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특히 식품이 4.4%나 오르면서 생활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상승률 5.3%로 2012년 4월(5.3%)과 같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소비자들이 자주 사 먹는 채소, 과일 등의 물가인 신선식품지수는 12.0% 올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향후 소비자물가는 1% 후반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매주 물가차관회의를 열어 물가안정대책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농축산물 가격안정과 가공식품 등의 불합리한 편승인상을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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