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외교부 상대 정보공개 소송 승소 ‘문건 공개’
서문 중 한·미 투자자 권리 보호 다룬 구절 모호
당시 문구 수정 3번 시도했으나 미국 안대로 타결
“적용 사례 아직 없지만 트럼프 정부 악용할 우려”
서문 중 한·미 투자자 권리 보호 다룬 구절 모호
당시 문구 수정 3번 시도했으나 미국 안대로 타결
“적용 사례 아직 없지만 트럼프 정부 악용할 우려”
한국 정부가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불평등 논란이 제기된 조항에 대해 세 차례 수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2일 공개한 외교부의 2007년 ‘한미 에프티에이 서문 관련 협상 문서’를 보면, 한국 정부는 그해 6월 추가 협상 과정에서 협정문 서문 중 투자자 권리 보호와 관련한 대목에 대해 세 차례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거부당하고 미국 제안대로 협정문이 타결됐다. 민변은 외교부를 상대로 서문 작성 과정에서 양국이 주고받은 문서에 대해 정보공개 소송을 내 지난달 최종 승소했고 관련 문서 1건을 제공받았다.
민변이 문제 삼은 구절은 서문에 “국내법에 따른 투자자 권리의 보호가 미합중국에 있어서와 같이 이 협정에 규정된 것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 외국 투자자는 국내법에 따른 국내투자자보다 이로써 투자보호에 대한 더 큰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아니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라는 대목이다. 공개된 문건을 보면, 정부는 ‘미합중국에 있어서와 같이’ 부분을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에서와 같이’로 수정하려고 세 차례 시도했다. 민변은 당시 미국 쪽 원안에 대해 “한국 내 미국 투자자에게는 협정을 적용하는데 미국 내 한국 투자자에게는 미국 국내법을 적용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외교부는 당시 해명자료를 내어 이런 우려를 일축했으나, 당시 정부도 공식 해명과 달리 이 대목이 한국 쪽에 불리하게 읽힐 가능성을 우려했음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서문은 구속력이 없고, 투자 관련 부속서에서 양쪽이 동등하게 보호받고 있다”면서도 “(동등한 보호를 받는)실체는 차이가 없으나 당시 정부가 형식적 동등성이라는 측면에서 오해의 여지가 있어 수정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발효된 지 5년째를 맞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아직 투자자국가소송(ISD)이 벌어지거나 자유무역협정 이행위원회에 안건이 제기된 적은 없다. 민변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이 대목이 악용될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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