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호조세…반도체만의 호황, 착시 우려
민간소비 둔화가 경기 회복의 걸림돌
올해 성장률 전망 2.4%로 하향 조정 중
“기준금리 현 수준 유지, 대규모 추경 편성해야”
민간소비 둔화가 경기 회복의 걸림돌
올해 성장률 전망 2.4%로 하향 조정 중
“기준금리 현 수준 유지, 대규모 추경 편성해야”
반도체 부문의 때아닌 호황 덕택에 설비투자가 부진의 늪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으나 민간 소비가 둔화하면서 전반적인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기 진단이 나왔다. 또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제 비관론이 커지고 있으며, 대규모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경제동향 2월호’에서 “건설투자가 양호하고 반도체 호조로 설비투자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소비심리 악화와 제조업 고용 부진이 지속되면서 회복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달 발간되는 ‘경제동향’에는 이 연구원의 단기 경기 진단이 담긴다.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과 함께 정부 쪽 경기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일단 연구원은 최근 설비투자 부문의 큰 폭의 개선세와 관련해 ‘착시’ 우려를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설비투자는 한 해 전보다 10.0%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대부분 반도체 특수의 덕을 본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반도체 제조용 장비’ 부문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11월 43.8%, 12월에는 102.1%나 늘었다. 연구원은 “일부 산업의 설비투자 개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 경제의 걸림돌은 역시 소비였다. 연구원은 ‘소매판매지수’와 ‘소비자심리지수’ 등 두 지표에 주목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 전년 같은달보다 3.2% 증가했으나 그 다음달엔 1.6% 늘어났다. 오름폭이 축소된 셈이다. 지난 1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달(94.1)보다 낮은 93.3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연구원은 국내 경제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경제 전망 설문조사 결과도 내놨다. 이 조사는 분기마다 이뤄진다. 이를 보면, 전문가들은 1월말에 진행한 조사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2.4% 성장할 것으로 응답했다. 이는 정부나 한국은행의 전망치(2.5~2.6%)보다 낮으며, 연구원이 시행한 지난해 3·4분기 조사 때 전망치(2.5~2.7%)를 밑돈다. ‘비관론’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수출 전망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조사에선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 데 머물 것으로 봤으나 4분기 조사에선 3.1%, 올해 1월 조사에선 4.6%나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라 우리 수출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본 셈이다.
연구원은 “다수의 응답자는 기준금리가 올 하반기까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실물경기 안정을 위해 과감한 재정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추가 금리 인하는 자제하는 대신 정부가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 얼어붙고 있는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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