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득과 부의 격차 확대 2. 기후 변화 3. 사회(여러 부문)의 양극화 확대 4. 사이버 의존 증대 5. 고령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앞으로 10년간 세계 발전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 5가지 추세다. 세계경제포럼은 각 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런 결과를 지난달 연차 총회 직전 발표했다. 소득과 부의 격차 확대가 다른 것을 제치고 1순위로 꼽힌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불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지만 해소될 낌새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최상위 부자 8명의 재산이 하위 50%(36억명)의 그것과 같은 규모에 이르렀다는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의 자료가 이를 뭉뚱그려 말해준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것은 사실 큰 뉴스가 되지 못한다. 그동안 이를 보여주는 자료가 적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최근 나온 자료는 그냥 넘기기 어렵다.
우선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2015년까지의 최상위 소득 비중’이란 보고서를 보자. 홍 연구위원은 국세통계연보를 토대로 노동·사업·금융소득 합계치(시장소득 기준)의 집중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5년 현재 최상위 10%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5%, 최상위 1% 소득의 비중이 14.2%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른 나라를 보면, 최상위 10%의 경우 미국 50.5%(2015년), 일본 41.6%(2010년), 영국 39.1%(2012년), 프랑스 29.9%(2013년) 등이고, 최상위 1%는 미국 21.2%, 영국 12.7%, 일본 10.4%, 프랑스 7.9% 등이다.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도가 미국보다는 덜하지만 상당히 높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게다가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집계한 불평등 수치가 높아졌다. 가처분소득은 시장소득에서 세금을 빼고 이전소득을 더한 것으로 재분배가 이뤄진 뒤의 소득을 일컫는다. 정부는 얼마전 소득5분위 배율(전국가구)이 2015년 1분기 4.86, 2분기 4.19, 3분기 4.46에서 2016년 1분기 5.02, 2분기 4.51, 3분기 4.81로 각각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세하긴 하지만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던 분배 지표가 다시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던 정부가 공식 자료에서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 증가” “격차 완화 노력 필요” 등의 표현을 쓸 정도다.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면 어떤 부작용이 빚어질까. 이에 대해서는 이미 적지 않은 연구 결과가 나와 있으니 이번에는 관점을 조금 달리해 더 평등한 상태가 되면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살펴보겠다. <불평등의 대가>를 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얘기다. “더 평등한 사회가 (경제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내, 성장률이 더 높고 (경제가) 더 안정적이라는 (점을 일러주는) 많은 이론과 증거가 있다. … 더 평등한 사회는 더 혁신적인 사회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개개인들이 리스크를 더 감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21세기의 복지국가’)
더는 불평등이 심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경제성장의 성과를 공유한다는 원칙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합의한 포용적 성장을 통해서든, 다른 이름의 성장을 통해서든 말이다. 그런 원칙 아래 재분배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세금 부담 능력이 큰 부자들과 대기업들에 과세를 강화하고 저소득층에는 복지제도 확충 등을 통해 지원을 늘려야 한다. 선분배 정책의 보강도 빼놓을 수 없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한편, 교육·훈련 기회를 골고루 제공해야 한다. 특히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기회의 불평등을 덜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했다는 이 말이 더는 현실이 돼서는 안된다. 부모를 자기 뜻대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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