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에델만 조사 발표…최순실 게이트 영향?
1차 촛불집회 당시 1150명 조사, “기업 올바른 일하고 있다” 29% 그쳐
CEO와 이사회보다 직원의 말 더 믿어…“대중 권위 거부,스스로 영향력 행사”
1차 촛불집회 당시 1150명 조사, “기업 올바른 일하고 있다” 29% 그쳐
CEO와 이사회보다 직원의 말 더 믿어…“대중 권위 거부,스스로 영향력 행사”
우리 기업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미국·일본·독일·중국 등 세계 주요 28개국 중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이오(CEO)와 이사회보다 직원을 더 신뢰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기업에 대한 이런 인식변화에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글로벌 피알(PR)커뮤니케이션 회사 에델만의 한국 지사인 에델만코리아는 8일 ‘신뢰가 사라진 시대’를 주제로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2017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 결과’ 발표 세미나를 열었다. 조사전문기관 에델만 인텔리전스가 2001년부터 매년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스페인·터키·멕시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중국·인도·홍콩·싱가포르 등 총 28개국에 걸쳐 각국마다 여론 주도층 200명을 포함한 1150명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 시점은 2016년 10월13일부터 11월16일까지다. 지난해 10월29일 제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재벌기업들의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거액 출연 사실이 폭로되는 등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둘러싼 격동이 일어나던 와중에 이뤄진 조사여서 각별한 관심을 끈다.
■ 기업·정부 신뢰 벼랑끝 “기업 조직이 올바른(right) 일을 하고 있다고 신뢰하는가”에 대해 신뢰한다는 우리나라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28개국 평균은 52%, 미국·중국·일본·독일·영국 등 경제대국 톱5의 평균은 51%다. 한국의 기업 신뢰는 세계 주요국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정부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은 28%로 2016년 조사에 견줘 대폭(-7%포인트) 낮아졌다. 글로벌 28개국의 평균적인 정부 신뢰 응답은 41%다.
■ CEO? 동료직원 더 신뢰 “어떤 조직에서 의견을 형성할 때 누구의 말을 가장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철저히/매우 신뢰한다”고 평가받은 집단은 기술전문가(50%), 나와 비슷한 타인(41%), 비정부기구 엔지오(37%), 학술 전문가(36%), 금융권 전문가(33%), 직원(25%), 최고경영자(CEO)(24%), 기업 이사회(19%) ,공무원·정부기관(17%) 순으로 나타났다. 근소한 차이지만, 기업조직 안에서 최고경영자나 이사회보다 평범한 동료 직원의 말을 더욱 믿는다는 것이다. 시이오에 대한 신뢰도는 1년 전 조사에 견줘 11%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불평등·희망 결여·변화 갈망 등으로 측정했을 때 사회 상류층조차도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며 환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 상위 25%에 속하는 고소득층의 43%, 대졸 이상 고학력층의 47%, 뉴스미디어를 정기구독하는 여론 주도층의 48%가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 대중, 권위 거부해 정부·기업·미디어·엔지오 등 4대 기관에 대한 종합 신뢰도를 보면, 여론 주도층과 일반 대중 사이의 인식 격차가 해마다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두 집단 간 종합 신뢰도 격차는 2012년에 44%(여론 주도층) 대 38%(일반 대중)였는데, 2016년엔 50% 대 40%로 커졌고, 이번 조사에서는 50% 대 36%로 더 벌어졌다. 에델만은 “사회경제적 상위층의 권위를 일반 대중이 거부하고, 자신들이 권위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쪽으로 역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런 분석은 여전히 지속중인 촛불집회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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