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O형 백신만 접종하고 A형은 안 해
외국선 돼지도 A형 발생…대비책에 구멍
감염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우려
여섯번째 구제역 의심건 충북 보은서 발생
보은서만 네번째 사례…불안감 키워
외국선 돼지도 A형 발생…대비책에 구멍
감염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우려
여섯번째 구제역 의심건 충북 보은서 발생
보은서만 네번째 사례…불안감 키워
사상 처음으로 ‘O형’과 ‘A형’ 두 가지 구제역 바이러스가 소 농가에 동시 발생하면서 전국 돼지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돼지는 A형 백신을 맞히지 않은 ‘무방비’ 상태여서 감염 땐 피해를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12일 충북 보은 한우 농장에선 다섯번째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데 이어 여섯번째 의심 사례도 추가로 나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소는 통상 ‘O+A형’의 2가 백신(두 가지 유형 바이러스 방어 백신)을 쓰지만, 돼지는 O형 단가 백신만을 사용한다. 국내에선 2010년 역대 최악의 ‘구제역 사태’를 거친 이후 구제역 백신 접종이 의무화했지만, 대비책에 구멍이 있었던 셈이다.
여기엔 국내 구제역 사례가 돼지는 전부 O형이었으며, 소에서만 일부 A형이 나타났던 점이 작용했다. 실제 2000년 이후 8차례 구제역 사태를 겪었는데 A형 감염 사례가 나타난 것은 2010년 한 차례였다. 또 지역적으로도 경기 연천·포천에 국한됐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소보다 돼지 사육 마릿수가 훨씬 많은데다 백신에 바이러스 유형을 추가할 때마다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7년 만에 다시 A형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아직 A형이 나타난 곳은 지난 9일 세번째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경기 연천의 젖소 농가 사례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외국에선 돼지도 A형 감염 사례가 보고돼 돼지 농가라고 해서 위험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돼지는 구제역이 발생하면 살처분 규모가 급속하게 불어나는 구조다. 소 농가는 수십마리 단위로 사육을 한다면 돼지는 수천마리 단위로 기르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현재 A형 백신은 소에 접종하려고 수입했던 O+A형 백신뿐이다. 그마저도 정부에 남은 재고는 이날 현재 99만마리분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사육 중인 소는 330만마리(접종 대상 283만마리)이고, 돼지는 1100만마리에 이른다. A형 백신 물량을 이 정도 대규모로 급하게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방역 당국은 소에 일제 접종을 지시했지만 그나마도 O형 단가 백신을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앞서 수년 전부터 중국, 몽골 등 주변국에선 A형 구제역 발생이 꾸준히 보고됐으나, 정부는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았다. 구제역 백신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으며, 현재 영국산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일단 부족분을 구하기 위해 백신 제조사인 영국 메리알과 접촉에 나섰다. 또 중국 백신의 수입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충북 보은에서 또 구제역 의심 소가 나왔다. 확진되면 전국에서 여섯번째, 보은에서만 네번째 구제역이다. 이날 충북도는 보은군 첫 구제역 발생지 주변 3㎞ 이내 농장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탄부면 한우 농장에서 감염 의심 소가 발견돼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의심 신고된 보은군 마로면 송현리 한우 농가 건도 확진돼 전국에서 다섯번째, 보은에서 세번째 구제역으로 판명 났다.
최종훈 기자, 청주/오윤주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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