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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투기자본의 이사회 장악? 재계 ‘상법 개정’ 반대 논리 ‘취약’

등록 2017-02-15 15:55수정 2017-02-15 22:03

재계 “헤지펀드의 대기업 장악” 강력 반대
감사위원 분리선출·선임때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전경련 싱크탱크 “10대기업 6곳 감사위원 외국계 될것”
“감사위원 장악할 유인도, 가능성도 희박” 지적 나와
지배주주 이익 복무’ 감사 선임 어려워진다는 게 배경
2월 국회에 야당이 제출한 상법 개정안 가운데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둘러싸고 재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재벌기업들은 파상적 로비 공세를 펴며 총력 저항에 나선 형국이다. 과연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재계의 우려처럼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대기업 감사위원을 장악하는” 일이 벌어질까? ‘투기자본의 이사회 장악’을 앞세운 선정적인 반대 논리는 근거가 취약한 여론 공세일 뿐 아니라 의도적 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는 이사회 안의 감사위원 이사를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게 뼈대다. 현행 상법은 △사내이사 감사위원은 선임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 지분을 3%로 제한하고 △주총에서 이미 선임된 사외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모든 주주에 대해 3%의 의결권 제한을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제출한 개정안은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주총을 별도로 열어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대주주와 그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친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 한 명인 최대주주가 아니라 여러 명이 있을 수 있는 대주주로 의결권 제한을 확대하고, 특히 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쳐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건 외국 투기자본이 감사위원을 장악할 ‘가능성’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낸 보도자료에서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가 도입되면 외국계 헤지펀드가 10대 대기업 가운데 삼성전자·현대차·엘지(LG)전자 등 6곳의 감사위원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물론 외국계 자본도 대주주 지위라면 3% 제한이 적용된다. 이 연구원은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국내 관련 지분과 외국계 의결권 지분 간에 맞대결이 벌어졌을 때 의결권 3% 제한 규정에 따라 국내 관련 지분이 훨씬 크게 영향받고 손해를 입게 된다”며 “외국계 자본은 3% 이하로 지분을 쪼개거나 서로 연합하는 방식을 구사할 수 있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런 극단적 우려는 과연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일까? 이사회 안에 설치된 감사위원회는 회계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 및 이사 선임·해임 등 업무 전반에 관한 감시·견제 업무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재벌 대기업에서 감사위원은 독립성을 잃은 채 계열사 퇴직 임원이나 기업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의 동문 등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들로 주로 선임돼 왔다. 채이배 의원(국민의당)실 쪽은 “외국에 없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재계에서 반대하지만, 감사위원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제도가 필요하다”며 “월스트리트의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외국계 헤지펀드는 오직 수익만 좇을 뿐, 감사위원 자리를 차지하려고 여러 펀드들이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집하고 주총에서 서로 연합해 뭉치는 행동을 할 가능성도 그럴 유인도 낮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15일 논평에서 “한경연은 모든 외국인 주주들이 연합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경영권 위협을 주장하는데, 투자 목적·패턴이 각기 다른 외국인 주주들이 단일하게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건 현실성이 없다”며 “외국인 주주 대부분은 경영 참여에 소극적이다. 2015년 삼성물산 합병 주총 당시에도 엘리엇이 주도한 ‘합병 반대 연합’에 참여하지 않은 외국인 지분이 10%가량으로 추정된다. 재산상 이익이 걸린 사안임에도 ‘외국인 투자자 대연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송민경 한국기업구조지배원 팀장은 “외국에서는 감사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감사 이사 추천을 경영권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지침을 표방하고 있다”며 “감사가 ‘시이오의 넘버2’라고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 우리 기업의 감사 이사는 독립성을 상실한 채 경영진 감시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고 말했다. 재계가 ‘외국 자본의 경영권 장악’ 논리를 명분으로 앞세우지만, 사실은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에 복무하는 감사 이사를 선임·활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이 저항의 주요 배경이라는 뜻이다.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쪽도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는 도입해야 하며, 다만 의결권 제한은 탄력적 조정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지배구조 원리는 경영진을 이사회가 견제하고 이사회를 다시 감사위원이 견제하는 삼중 구조인데, 우리나라 기업은 대부분 세 기구가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어 감사 분리 선출이 꼭 필요하다”며 “의결권 제한 3%의 상향 조정을 포함해 주주권과 경영권의 밸런스를 맞추는 쪽으로 상법 개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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