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공식 통계로는 여전히 꽤 평등한 나라이지만 실제로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확대돼 미국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세기의 자본>으로 이름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14일 ‘중국의 불평등에 관해’라는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글은 자신을 포함해 3명의 경제학자가 공식 자료에다 각종 미발표 자료와 설문조사 내용을 더한 뒤 이를 토대로 분석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 피케티 누리집
피케티 교수는 지난 2015년 중국의 “1인당 평균소득(구매력 기준)이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보다 3~4배 적은데도 상위 10%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부자 나라들 상위 10%의 그것과 맞먹었다”고 추정했다. 1978년 개방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했지만 혜택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은 채 상위층으로 집중됐음을 에둘러 말해준다.
피케티는 특히 하위 50%에게 돌아간 혜택은 미약해 2015년까지의 소득증가율이 평균치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하위 50%의 소득점유율이 1978년 28%에서 2015년 15%로 떨어진 반면, 상위 10%의 점유율은 26%에서 41%로 높아졌다. 피케티는 중국의 소득 불평등도가 유럽보다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제는 미국 수준에 급격히 다가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한 나라의 대표 격으로 꼽히고 있다.
피케티는 이어 부의 불평등은 중국에서 소득 불평등보다 더 빨리 확대돼 상위 10% 점유율이 1995~2015년 41%에서 67%로 뛰었다고 전했다. 스웨덴보다 낮았던 중국의 부의 불평등도가 20년 새 크게 악화해 역시 미국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다. 피케티는 부의 집중이 극심해진 것과 관련해 기업 등의 사유화 과정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소규모 (특권) 집단에만 주어진 데 주된 원인이 있다고 풀이했다.
피케티는 부의 불평등이 중국에서 이처럼 크게 확대됐지만 부자 나라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나라 전체의 부에서 차지하는 국가(정부)의 몫이 중국의 경우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1978년 70%에 이르던 국가의 몫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다 2006년 이후 대체로 30% 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일본, 이탈리아는 2015년 현재 국가의 자산이 부채보다 적고, 프랑스와 독일은 순자산이 가까스로 0%를 넘는다. 피케티는 이들 나라의 부 가운데 국가의 몫이 0% 안팎으로 줄어들면서 정부 당국이 규제 정책을 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국가 몫이 커 대다수 국민들을 위해 규제 정책을 펼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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