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3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서울북부 아이쿱생협 사무실에서 ‘천연덕’ 회원들이 천연립밤을 직접 만들어 포장을 하고 있다. 아이쿱생협 제공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몇 년 전 유행했던 화장품 광고다. 하지만 실제 화장품에 들어가는 여러 화학제품을 알고 나면 먹는 건 물론이거니와 피부에 바르기도 무서워진다. 화장품에는 파라벤류, 페녹시에탄올 등의 화학방부제를 비롯하여 실리콘오일, 인공색소, 산화방지제, 합성보존료 등 각종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이로 인해 피부에 울긋불긋한 반점이 나거나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한다. 화장품이 피부에 맞지 않아 생기는 부작용인 ‘화장독’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화장품의 화학물질은 우리 몸에 침투하면 일부가 계속 쌓여 피부 트러블만이 아니라 신체질환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 화학물질로부터 벗어나고자 천연화장품을 찾지만 성분표시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다량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거부감으로 천연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려고 이름만 ‘천연’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 제품을 협동의 방식으로 스스로 구하고 만드는 생협 조합원들이 천연화장품도 만들고 있다. 생협 조합원인 서양덕씨는 매달 열리는 조합원 지역모임에서 조합 소식을 듣고 토론하는 것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이전에 천연화장품 만드는 강의를 들었던 게 생각나 조합원들과 함께 천연화장품을 만드는 지역모임을 제안했고 동아리로 채택되었다. 아이쿱 서울 북부(강북/성북/종로) 생협의 천연화장품 동아리 ‘천연덕’의 탄생 배경이다.
아이쿱생협에는 조합원들의 다양한 욕구와 생활에 필요한 지혜를 나누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동아리 모임 제도가 있다. 지역별로 조합원들의 재능 기부 등 협동의 방식을 통해 즐거운 삶을 만들어가는 모임이다. 동아리로 채택되면 월 3만원의 동아리 운영비가 지원된다. 지역별 동아리의 주제는 문화, 예술, 학문, 스포츠, 정치 수다, 물품, 청소년 등 다양하다. 지난해의 경우 월평균 1981개의 동아리가 운영되었고, 모두 8361명이 참여했다. 조합 활동을 더욱 알차고 단단하게 만드는 구실을 한다.
‘천연덕’은 2014년 5월 탄생했다. ‘천연덕’이라는 이름에는 ‘천연의 덕을 보자, 천연으로 덕을 쌓자, 천연덕스럽게’라는 3가지 뜻이 담겨 있다. 길음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지역 아이쿱 사무실에서 매월 넷째주 수요일 정기 모임을 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해 현재 동아리 회원이 14명이다. 동아리 운영에 필요한 총무, 기술자문 등의 역할은 각자 나눠서 한다.
동아리 회원들은 모여서 식물성 오일, 깨끗한 정제수, 최소한의 방부제 등을 사용해 천연화장품을 직접 만든다. 방부제가 적은 만큼 냉장고에 보관해야 하고 3개월 안에 써야 한다. 따라서 많은 양을 만들기보다는 각자 쓸 수 있는 만큼 적정량을 만든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서로 필요한 화장품을 만들기에 딱 좋다. 3만원의 동아리 운영지원비에 더해 각자가 월 1만원씩 내서 재료비를 마련한다. 화장품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끼리 함께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며 시중 화장품의 유해성 첨가물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천연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나눈다. 서로의 필요와 욕구도 채우며 조합원들 간의 친목도 자연스레 도모된다. 서영덕씨는 “천연화장품 만들기는 조합원들의 건강도 살리지만 가정경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남편들도 남성용 화장품을 만들어 달라고 성화라고 한다. 조만간 부부가 함께 만드는 천연화장품 동아리도 생길 듯하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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