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기 부진 탓에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씀씀이를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도 역대 최악을 보였다. 특히 살림살이가 어려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이 줄고 있어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9만9천원으로 1년 전보다 0.6% 늘었다. 하지만 물가상승분을 고려한 실질소득 기준으로는 0.4% 줄었다.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은 2009년(-1.5%)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고용 증가세가 둔화한 것이 가계 근로소득 약화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소득이 늘지 않으면서 가계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36만1천원으로 전년보다 0.4% 감소했다. 실질 가계지출은 1.3%나 줄었다. 가계는 먹는 것부터 입는 것 등 기본적으로 써야 할 대부분의 품목에서 지갑을 닫았다. 지난해 식료품(-1.3%), 의류·신발(-2.4%), 교통(-4.3%), 통신(-2.5%), 오락문화(-0.2%), 교육(-0.4%) 등의 지출을 줄였다. 이런 영향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율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71.1%로 역대 최악을 보였다. 가계가 소비를 해줘야 투자·생산 확대 등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데 동맥경화처럼 막혀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경기부진이 저소득층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분위별로 보면, 저소득층을 뜻하는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4만7천원으로 전년보다 5.6%나 줄었다. 하위 20~40%에 속하는 2분위도 0.8% 감소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임시일용 근로자 감소, 영세자영업 경쟁 심화 등으로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사업소득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34만8천원으로 2.1% 늘어 소득 격차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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