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 지원 대책발표 6개월…
최근 원단 판매업을 시작한 ㅅ아무개(40)씨는 투자를 늘리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아 소상공인 지원센터를 찾아갔다. ㅅ씨는 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뒤 사업성이 있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을 받아야 은행 대출이 가능한데 보증을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한지 석 달이 지나고 실적을 입증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대출을 포기하고 업종을 바꿔 칼국수집을 열었다.
직원 3명을 데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는 ㄱ아무개(35)씨는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매출실적이 적다는 이유로 보증재단에서 대출을 거부당했다. 그는 “우리 같은 소기업은 실제 매출이 나오려면 몇 년이 걸리는데 당장의 매출만 갖고 보증을 거부해 억울했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 800억 삭감…은행대출 ‘보증 벽’
1명당 1천여명 상대 ‘전문상담’ 꿈도 못꿔 정부는 지난 5월31일 영세 자영업자 대책을 의욕적으로 발표했다. 핵심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보증을 확대하고, 상담이나 교육을 강화하며, 기존 자영업자의 경우 업종전환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은 맞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조직과 인력 체계, 예산 지원이 미흡해 대책이 겉돌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작성한 ‘영세 자영업자 지원 사업 재정분석’ 보고서를 보면, 중소기업청·노동부 등 각 부처의 내년 영세 자영업자 지원 예산은 7989억원으로 올해(8698억원)보다 8.2%나 감소했다. 이는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지원 융자사업이 올해 5100억원에서 내년 4300억원으로 800억원이나 감소한 게 큰 원인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영철 산업예산분석팀장은 “정부가 융자 예산을 줄인 것은 부실 자영업자 양산 우려가 있고 은행이나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방은행과 서민금융기관들이 퇴출되고 주요은행의 서민금융이 취약해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 것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업이나 업태전환과 같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거나 혁신형 소상공인을 육성하려면 소상공인 지원 융자와 같은 장기금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지원센터의 한 상담사는 “보증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50% 정도 된다”며 “상담 결과 시설개선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정부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상담 사업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9월부터 시작한 컨설팅 사업은 소상공인지원센터보다 더 전문적인 상담을 원할 경우, 민간 컨설팅 업체에 1인당 30만~50만원의 비용을 대어 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60개 지원센터에 배분된 예산 5억원이 거의 소진돼 지원센터 상담사들이 무료 상담 위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지원센터 상담사가 257명인데 상담사 한 명이 한해에 1157회의 상담을 한다”며 “전문적인 상담은 꿈도 못꾼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원센터를 통폐합하는 한편, 일용직으로 돼 있는 상담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상담인력을 늘려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 최혜정 기자 hyun21@hani.co.kr
1명당 1천여명 상대 ‘전문상담’ 꿈도 못꿔 정부는 지난 5월31일 영세 자영업자 대책을 의욕적으로 발표했다. 핵심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보증을 확대하고, 상담이나 교육을 강화하며, 기존 자영업자의 경우 업종전환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은 맞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조직과 인력 체계, 예산 지원이 미흡해 대책이 겉돌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작성한 ‘영세 자영업자 지원 사업 재정분석’ 보고서를 보면, 중소기업청·노동부 등 각 부처의 내년 영세 자영업자 지원 예산은 7989억원으로 올해(8698억원)보다 8.2%나 감소했다. 이는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지원 융자사업이 올해 5100억원에서 내년 4300억원으로 800억원이나 감소한 게 큰 원인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영철 산업예산분석팀장은 “정부가 융자 예산을 줄인 것은 부실 자영업자 양산 우려가 있고 은행이나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방은행과 서민금융기관들이 퇴출되고 주요은행의 서민금융이 취약해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 것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업이나 업태전환과 같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거나 혁신형 소상공인을 육성하려면 소상공인 지원 융자와 같은 장기금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지원센터의 한 상담사는 “보증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50% 정도 된다”며 “상담 결과 시설개선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정부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상담 사업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9월부터 시작한 컨설팅 사업은 소상공인지원센터보다 더 전문적인 상담을 원할 경우, 민간 컨설팅 업체에 1인당 30만~50만원의 비용을 대어 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60개 지원센터에 배분된 예산 5억원이 거의 소진돼 지원센터 상담사들이 무료 상담 위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지원센터 상담사가 257명인데 상담사 한 명이 한해에 1157회의 상담을 한다”며 “전문적인 상담은 꿈도 못꾼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원센터를 통폐합하는 한편, 일용직으로 돼 있는 상담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상담인력을 늘려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 최혜정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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