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프로젝트 42건 가운데 준공 완료 5건뿐
중복·뻥튀기 논란에 비선실세 개입 의혹까지
“박정희 체제 본뜬 투자활성화 한계” 지적도
중복·뻥튀기 논란에 비선실세 개입 의혹까지
“박정희 체제 본뜬 투자활성화 한계”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강력하게 추진한 무역투자진흥회의가 27일 황교안 권한대행 주재 11차 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장 투자의 막힌 곳을 뚫어 내수를 활성화하고 수출기업의 활력을 제고하겠다던 애초 포부와 달리 초라한 마무리다.
먼저 무역투자진흥회의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현장 프로젝트’를 보면, 11차에 이르는 회의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0차 회의에서 선정된 현장 프로젝트 42건(투자금 62조원) 가운데 준공이 마무리된 사업은 새만금 산업단지 내 열병합 발전소 건설 등 5건(3.82조원)에 불과했다. 전체 투자 규모에 견줘 6%에 불과한 수준이다.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사업이 21건에 이른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부터 나머지 사업들도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용산 주한미군 이전부지 개발·영종도 시저스 코리아 등 외국자본 유치 및 정부 차원 외교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 줄줄이 남아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전남 진도, 경시 안산의 해양리조트 건설 등 5건의 현장 프로젝트를 추가로 선정했다.
부풀리기 된 정책 내용이나 비선 실세 논란 역시 무역투자진흥회의의 정책 효과를 의심케 하는 이유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수소차 충전 인프라 강화방안은 지난 10차 회의 때부터 강조된 내용이다.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국유림법·초지법 등 산악 관광자원 규제를 풀겠다던 약속도 지난 10차 회의와 중복된다.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규제 완화·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대상 확대 등 바이오산업 관련 규제 완화는 ‘비선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차병원 특혜성 정책 아니냔 의심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의 주사제 대리처방 의혹을 받는 차움병원은 차병원의 자회사다. ‘케이(K) 컬처밸리’ 등 문화 산업 관련 지원은 구속된 차은택씨와 관련됐다는 의혹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직접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 투자를 약속받는 무역투자진흥회의의 형식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회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처음 개최해 1980년까지 151차례 이어진 수출진흥확대회의가 모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저성장이 굳어진 뉴노멀 시대에 무역과 투자를 진흥한다는 것은 세계 경제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며, 그 방식 또한 1970년대 개발연대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며 “박근혜 정부의 무투진흥회의는 시대의 변화와 세계 경제 흐름에 모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평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고령화, 저성장으로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환경을 살필 때 어떻게든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정책 의지는 인정한다”면서도 “문제는 규제완화 수준의 대책으로 재벌 대기업에게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는 지금의 경제여건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아직 착공하지 못한 과제 중 상당 부분은 애초부터 올해나 내년 착공 예정이었던 것들”이라며 “정책 프로젝트 발굴 시기·방식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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