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시작된 미국의 경기 확장세가 이달로 93개월째에 접어들며 미국 역사상 3번째로 긴 확장 기간을 나타냈다. 한달 새 1982~90년의 경기확장 기록(92개월)을 깬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일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자료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전미경제연구소는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2007년 12월부터 몰아친 미국 경제의 대침체(Great Recession)가 2009년 6월에 끝나고 이때부터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미경제연구소는 경제 분야를 연구하는 비영리 민간 기구로 미국 경기의 침체·확장 국면이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났는지를 산정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는 경기의 침체와 확장 여부를 가를 때 국내총생산, 고용, 소득, 판매, 산업생산 등의 지표를 두루 참고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2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감소하면 침체라고 규정하는 것 등과는 기준이 다르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가운데)이 지난 2015년 전미경제연구소 세미나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 누리집
미국의 이런 경기 확장 기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당분간 미국 경제가 침체를 맞을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관심은 더 커진다. 지금의 확장세가 내년 여름까지 계속되면 사상 두번째로 긴 기록을, 내후년 중반까지 계속되면 최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재까지 가장 긴 경기확장 국면은 1991~2001년의 120개월이고, 다음이 1961~69년의 106개월이다.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이미 두번째로 긴 기간을 나타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경제가 근년에 이를수록 경기 확장 기간이 길어지고 침체 발생 빈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제조업 비중이 감소하고 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하는 등 산업구조의 전환에 적잖은 요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업 비중이 확대되면 제조업과 달리 과잉생산과 감산 등의 위험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경기확장 기조가 길게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미국인들은 이렇다 할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게 이를 뭉뚱그려 보여준다. 혜택을 공유할 제도가 충실하지 못한데다 성장률이 예전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해서다.
한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15일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연방기금 금리의 선물시장이 3월 인상 확률을 90.0%로 보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3일 <블룸버그>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열흘 전의 34.0%에서 크게 뛴 것이다. 통화완화 정책을 펴야 한다는 뜻을 밝혀온 라엘 브레이너드와 제롬 파월 연준 이사 등도 3월 인상 가능성을 내비쳐 이를 뒷받침했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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