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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쥐꼬리 실업급여마저 깎겠다니…

등록 2017-03-07 17:19수정 2017-03-07 23:41

기재부 ‘더 내고 덜 받는’ 고용보험 개편안 논란
2025년까지 연 7.2%씩 보험금 지출확대 예상
실업자 지원 정부지출 OECD 15개국 중 가장 낮아
전문가 “실업급여 턱없이 적어…수지균형만 집착”
송언석 기획재정부 차관(왼쪽 세번째)이 7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제4차 사회보험 재정 건전화 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송언석 기획재정부 차관(왼쪽 세번째)이 7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제4차 사회보험 재정 건전화 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게 책정된 실업급여를 좀 더 낮추는 쪽으로 정부가 논의하고 있다. 조선·해운 등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과 장기 불황 탓에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안전망을 좀 더 헐겁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7일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4차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국민연금·고용·건강·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과 사학·군인·공무원연금, 장기요양보험을 포함한 8개 보험에 대한 기재부의 중기(2016~2025년) 재정 추계를 회람한 데 이어 보험별 수지 균형 방안이 논의됐다. 주된 논란은 고용보험에서 벌어졌다.

기재부는 실업급여의 수급자 수와 수급액이 늘어나는 데다 육아휴직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2025년까지 매년 7.2%씩 보험금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수급자는 2016년 531만명에서 2025년 612만명으로, 1인당 수급액도 같은 기간 136만원에서 229만원으로 증가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수입에서 지출을 뺀 기금 수지는 2020년에 적자(3천억원)로 전환하고 2025년엔 2조6천억원까지 적자가 불어난다고 기재부는 내다봤다.

이런 추계를 토대로 기재부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고용보험은 추계 기간(2016~2025년) 내에 재정위험 상태에 직면한다”며 “중기 수지 균형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험료 조정과 지출 효율화 계획을 오는 6월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만나 “보험료율을 상향 조정하고 최저임금과 연동된 실업급여 하한액 설정 기준의 합리화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개편 방향까지 언급했다. 보험료를 더 걷고 실업급여는 깎는 쪽으로 고용보험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이런 개편 방향은 여러모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급여 수준을 낮추는 게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1년 현재 실업급여를 포함해 실업자에게 들어가는 정부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은 한국은 0.3%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 1.0%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비교 가능한 15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그간 실업급여는 매우 기형적으로 책정돼 있었다. 실직 전 평균임금의 절반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와 별도로 상·하한액 규정을 둔 탓에 소득대체율이 2014년 현재 10%에 그치고 있다. 최저임금의 90%로 설정돼 매년 조금씩 올라간 하한액 기준과는 달리 정부가 정하는 상한액은 수년째 인상을 안 해서 2016년엔 하한액이 상한액을 역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정부는 최근 실업급여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오는 4월부터 상한액을 하루 4만6천원에서 5만원으로 찔끔 올리기로 한 바 있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실업급여가 실업자의 소득 보전과 재취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구실을 하기에 턱없이 적은 상황에서 하한액을 낮춘다는 방침은 기재부가 수지 균형에만 지나치게 집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더구나 실업자가 많이 늘고 있고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매우 높은 국내 고용 시장의 특징을 염두에 둘 때 하한액 하향 조정은 정치적·사회적 반발마저 크게 부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고용부도 기재부의 요구에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고용부는 수지 균형을 위해서라면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에 세금을 더 넣는 방법(일반회계 전입)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단기간에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실업급여를 삭감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며 “차라리 매년 10조원에 이르는 고용보험 수입 중 매우 미미한 규모(2016년 약 700억원)인 일반회계 전입금을 확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내에서도 예산실이 주도한 이번 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는 시각이 적잖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실업급여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넉넉하게 지급하면서 경기 침체에 따른 사회·경제적인 안전판 구실을 해야 한다”며 “수지 균형만 볼 사안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달 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생안정을 위해 실업급여 확충 등을 담은 ‘내수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와도 엇박자를 내는 셈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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