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에 면세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중국의 사드 보복이 확대되는 가운데 경제계가 중국의 보복이 제조업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하면서 대처 방식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당장 어려움을 겪는 롯데그룹과 화장품, 여행업계에서는 해결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아직 피해를 보지 않고 있는 제조업계에서는 중국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경제단체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그룹과 화장품, 여행업계 중심으로 피해가 늘고 있지만 당장 경제계 공동 입장을 발표하거나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제 5단체가 참석한 7일 경제단체협의회에서도 경제계는 사드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티타임 때 사드 문제가 간단히 언급되긴 했지만 본의제로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김영배 경총 부회장의 ‘의연히 대처해야 한다’는 발언은 원칙적인 얘기”라고 설명했다. 경제단체들은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별도 모임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 다만 무역협회가 8일 무역애로 신고센터를 설치한 정도다.
주ː2016년도 중간재 수출비중은 2015년도 수치임 자료현대경제연구원
경제단체들이 이처럼 침묵하는 것은 경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기업 이익을 대변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경제단체들은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라 기업 이익만 주장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경제계 안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대처 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직격탄을 맞은 화장품, 관광업계, 유통업계(롯데그룹)는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바라지만, 아직 피해가 없는 제조업체들은 섣불리 나섰다가는 오히려 중국을 자극할 수 있으니 중국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기관들도 중국이 한국산 중간재에까지 보복을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최낙균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산 중간재 부품에 대한 보복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중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 한-중 무역전쟁 비화와 미국의 보복 가능성,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배 가능성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한국의 중간재 수출 중에서 중국 비중은 점차 늘어나 2015년 기준 30.5%에 달할 정도로 높다”며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은 지속될 가능성이 커서 (중국의 보복으로 인한)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이 시작 단계에 불과해, 앞으로 보복 수위를 넓히고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상반된 전망도 있다. 엘지(LG)경제연구원의 김형주 연구위원은 “중국이 지금은 소비재와 관광·여행 등 자기 나라 피해가 거의 없는 분야에 보복을 집중하지만 나중에는 자신들의 피해도 감수하며 중간재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며 “사드를 조기에 배치해도 중국은 사드 철수를 목적으로 극약처방 수준의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조계완 기자
jskwak@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