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대형 변압기에 대한 반덤핑 최종판정에서 재심 예비판정에 견줘 무려 20배를 더 올리는 ‘관세 폭탄’을 던졌다. “미국산을 사라”며 자국 산업 보호를 외쳐온 트럼프발 보호무역의 첫 탄환이 한국산 변압기를 향해 격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한국무역협회와 관련 업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근 미국 상무부는 현대중공업의 중대형 변압기(60MVA 초과)에 61%의 반덤핑관세 재심 최종판정을 내렸다. 상무부는 지난해 9월 재심 예비판정에서 현대중공업 3.09%, 일진전기 2.43%, 효성 1.76%의 반덤핑관세를 결정한 바 있다. 이번에 현대중공업 반덤핑관세율이 20배 뛴 것이다. 효성과 일진전기는 각각 2.99%를 부과받았다. 반덤핑관세는 수출국 시장가격보다 싸게 수출해 수입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을 때 그 가격 차이(반덤핑마진)만큼을 관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흔히 예비판정과 최종판정 사이의 반덤핑 마진(관세)은 조정이 있다. 예컨대 지난해 냉간압연강판 반덤핑 조사사건의 경우 현대제철에 부과된 관세율은 예비판정(2.17%)과 최종판정(34.3%)에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반덤핑 최종판정 이후에 이것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해마다 다시 열리는 연례 재심에서 관세율이 더 높아지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재심에서는 부과율을 낮춰주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예비판정과 최종판정의 덤핑 마진율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번에 얻어맞은 20배는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자국우선주의를 내건 미국 상무부가 변압기를 필두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본격 수입 규제에 나선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 변압기 생산업체 관계자는 “대형 변압기는 현대중공업이 글로벌시장에서 지배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국적기업 에이비비(ABB)와 미국 변압기 제조업체인 델스타나 펜실베니아트랜스포머테크놀로지 등이 현대중공업을 계속 견제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2011년에 미국 내 변압기 제조사들이 우리 수출 업체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조사에 들어가 2012년 최종판정에서 현대중공업(14.95%), 효성(29.04%), 일진전기·엘에스(LS)산전(각 22.0%)에 반덤핑 관세가 확정했다. 이어 2013년부터 해마다 재심이 열려 기존 최종판정이 수정됐는데, 재심 때마다 관세율이 낮아져 지난해 9월 재심에선 현대중공업 3.09%, 효성 1.76%, 일진전기 2.43%로 줄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번에 느닷없이 폭탄을 맞게 된 셈이다. 한국 업체들이 미국 변압기 수출액은 연간 2억달러(약 2300억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은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 국제무역법원 제소 등 이의 제기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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