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인 에스알(SR) 신임 사장에 국토교통부 퇴직관료가 선임됐다. 에스알은 13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이승호 전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을 사장에 앉혔다. 이 전 실장은 국토부에서 교통기획관, 철도정책관 등을 거쳐 지난달 27일 퇴직했다. 퇴직 보름 만에 에스알 사장이 된 셈이다.
에스알은 공공기관으로 지정은 되지 않았지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사학연금 등이 100% 지분을 가진 ‘내용상 공공기관’이다. 앞서 정부는 세월호 참사 뒤 ‘관피아 방지법’을 시행해 퇴직관료의 취업 제한을 강화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유관기관·기업 등도 취업제한 대상이다.
그러나 국토부 퇴직 관료 ‘낙하산’은 빈틈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인사혁신처에 물어보니, 에스알은 지난해 과세자료가 없어 올해 취업제한 기업 지정을 피했다고 한다. 에스알은 2013년 12월 설립됐지만 지난해 12월 수서고속철이 개통한 뒤에야 실제 영업이 시작됐기에 과세자료가 부재했다. 에스알의 초대 사장은 코레일 출신이었다.
사실 철도 행정가 출신 낙하산의 문제점은 전문성이 아니다. 게다가 에스알은 수익이 검증된 고속철도만 운영하기에 당장 경영상 난관을 고민해야 할 사정도 없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가 정부와 유착할 위험은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철도산업도 경쟁체제가 필요하다며 수서고속철도를 에스알로 분리했다. 하지만 돈 되는 노선만 운영하는 에스알과 적자를 감수해야 할 일반철도까지 맡은 코레일이 동등한 경쟁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코레일은 돈이 되는 수서고속철도를 에스알에 떼어준 탓에 일반철도 운영 축소 등 공공성만 약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 낙하산 체제는 ‘에스알 밀어주기’만 노골화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국토부는 철도 선로 배분과 관련해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 에스알과 코레일이 경쟁할 경우 선로사용료 입찰제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돈 되는 고속철도만 운영하는 에스알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서울·용산역(코레일) 이용객이 많더라도 에스알이 돈을 더 내면 황금시간대 열차가 수서에서 출발하게 된다. 공공성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셈이다.
철도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승호 사장에 대해 “이명박 정부 당시 국토부 철도정책관으로 수서고속철도를 재벌기업에 내주려 했다”며 민영화에 헌신한 인사로 평가했다. 벽지노선 예산을 줄이고, 민자 철도를 확대하겠다는 국토부의 퇴직 관료 낙하산이 더욱 위험해 보이는 이유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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