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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GDP 아닌 ‘삶의 질’로 한발짝…“체감과 괴리는 보완해야”

등록 2017-03-15 17:52수정 2017-03-16 10:33

12개 영역·80개 지표로 종합지수 만들어
한계나 과제도 뚜렷해…고용 질 따진 세부지표 없어
연령·성별·지역·소득 등에 따른 지수 개발도 필요
국내총생산(GDP)은 경제지표의 ‘맏형’격이다. 한 해 동안 한 나라에서 만들어 낸 부가가치의 총합인 이 지표는, 국력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기에 국제 비교 잣대로 흔히 쓰인다. 정부로서는 경제 운용의 종합 성적표이다.

그러나 지디피 지표는 그간 수많은 도전을 받았다. 흠결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삶의 질’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는데다 심지어 엉뚱하게 인식하는 단점도 있었다. 한 예로 건강에 나쁜 담배 생산이 많이 는다고 할 때, 지디피는 늘지만 삶의 질은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잦은 교통사고에 따라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때도 지디피엔 긍정적이나 삶의 질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적으로 ‘삶의 질’ 측정은 정부의 주요 사업이자, 핵심 연구 주제였다. 그런 노력 덕택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에선 나라별 삶의 질을 비교할 수 있는 지표나 지수를 작성하며, 캐나다·영국 등 일부 국가에선 나름의 방식으로 삶의 질 지수를 공표한다. 15일 발표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는 한국도 삶의 질 측정 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는 의미이다.

‘한국 삶의 질 학회’와 통계청이 함께 만든 이 지수를 보아도 지디피와 삶의 질 개선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이 드러난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인당 실질 지디피는 28.6% 증가했으나, 삶의 질 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11.8% 상승하는 데 그쳤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삶의 질 종합지수와 영역별 지수 흐름의 비교를 통해 정부 정책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삶의 질 지수를 작성하는 주요한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종합지수는 교육, 안전, 소득·소비, 사회복지 등 모두 12개 영역지수를 단순평균(산술평균)해 산출했으며, 영역지수는 저마다 3~8개씩 세부 지표를 단순평균해 구했다. 모두 80개 세부 지표 중 24개는 만족도와 같은 주관지표이며, 나머지는 객관지표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일단 종합지수를 구성하는 12개 영역과 80개에 이르는 세부 지표가 ‘삶의 질’을 온전하게 보여주고 있느냐다. 실제로 삶의 질 학회와 통계청이 함께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이 여럿 나왔다. 우선 소득·소비 영역을 구성하는 8개 세부 지표 중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포함된 게 논란이 됐다. 국민총소득은 가계와 정부, 기업의 소득을 모두 담고 있는 지표인데, 개인이나 가족의 삶의 질을 따지는 데 적절하냐는 것이다. 또 ‘고용의 질’을 보여주는 정규직 비율 같은 잣대들은 정작 고용·임금 영역의 세부 지표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배영수 통계개발원장은 “법인 소득 등이 포함되는 1인당 국민총소득이 세부 지표로 들어간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과 함께 가계·비영리기관 소득 등 다른 지표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석호 교수는 “정규직 비율 등 고용의 질을 볼 수 있는 지표 중 어떤 것을 쓸 것인가를 놓고 학회 내에서 논의가 있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견이 모이지 않아 누락했다는 뜻이다.

나아가 삶의 질 지수가 정책 역량 배분에 영향을 주려면 연령이나 지역, 소득 수준에 따른 지수 개발도 필요해 보인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도 삶의 질은 지역이나 연령, 성별, 학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표된 종합지수는 이런 차이가 반영돼 있지 않다. 김 교수도 “삶의 질 지수가 좀더 정책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소득이나 지역 등 인구 집단별 지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모든 지수와 지표를 단순평균해 종합지수를 만든 것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김 교수는 “영역이나 세부 지표에 가중치를 둘 경우,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이 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각 연구자나 기관별로 정책 목적이나 가치관에 따라 가중치를 둬 또다른 종합지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원장은 “앞으로 국민 의견 등을 수렴해 지표의 완성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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