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가운데)이 22일 저녁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 50돌 기념식에 도착해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경영’을 모토로 걸고 재계 순위 2위에까지 올랐으나 외환위기 때 해체된 대우그룹 출신 인사들이 김우중(81) 전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그룹 창립 50돌 기념식을 열었다.
22일 저녁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행사에는 대우그룹 전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했다. 전직 대우 임직원들은 해마다 이날 만찬을 겸한 창립 기념식을 열었는데 이번 50돌 행사는 더 큰 규모로 치렀다.
김 회장은 기념사에서 “지난 50년 우리는 대우정신이라는 가치를 이 땅에 남겼다. 창조, 도전, 희생 세 단어에 우리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며 “역사상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해외 진출을 대우가 처음으로 이뤄냈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는)세계경영 완성을 확신했다. 대우가 세계 곳곳으로 나아가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넓히는 일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갑작스런 외환위기로 그 과업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대우가 이룬 성과를 반드시 알아줄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의 말과 글을 엮은 <김우중 어록-나의 시대, 나의 삶, 나의 생각> 헌정식도 열렸다. 이어 임직원 100여명의 증언과 경영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내 아버지의 연대기> 예고편이 상영됐다. ‘대우맨’들은 옛 회사 배지를 달고 사가 ‘대우 가족의 노래’를 부르며 감회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대우는 김 전 회장이 1967년 만든 소규모 무역업체 대우실업이 모태다. 1970~80년대에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여러 사업에 진출해 재벌로 급성장했다. ‘세계경영’을 구호로 세계 각지에 생산시설과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1999년 외환위기 때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도를 맞으면서 분해됐다. 김 전 회장은 2014년 펴낸 인터뷰집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서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오판으로 그룹이 부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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