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이 23일 내놓은 대우조선해양 채무 조정 방안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채권자들의 동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대두하면서 하루 만에 난기류를 만났다. 4월17~18일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은 “동의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대우조선은 곧바로 채권자 설득에 나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4일 낸 보도자료에서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린 바 없으며, 출자전환의 적정성, 경영 개선 계획의 합리성, 기업가치 보전 방안 등을 종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 안에서 상당수가 반대하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회사채를 인수하던 시기(2012~2015년)에 5조원대의 분식회계가 이뤄져 ‘불법·사기 발행’ 채권인 만큼, 국민연금의 부담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기금운용본부는 “국민 노후자금의 선량한 관리자로서 기금의 장기적 이익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규정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다음달 17~18일 유형별로 5회의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채무조정안을 결의하기로 했다. 개별 회차마다 총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가결된다. 한 회차라도 부결되면 대우조선은 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Plan)’으로 가게 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의결권 행사로 큰 논란에 휘말린 국민연금이 이번 채권자집회에는 아예 불참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우조선 회사채는 3900억원어치인데, 채무조정 대상 채권은 총 1조5500억원(회사채 1조3500억원, 기업어음(CP) 2000억원)이다. 국민연금이 4분의 1가량을 갖고 있어 사실상 동의 여부의 열쇠를 쥔 셈이다. 국민연금이 불참하더라도 다른 채권자 대부분이 참여하면 집회는 성사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불참하면 가결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정사업본부(1800억원)나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국민연금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즉각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사채권자들에 대한 접촉에 들어갔다. 특히 사채액의 3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피 같은 돈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채권상환이 몇년 유예되는 것에 어느 채권자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모든 채권자들을 개별 접촉해 대우조선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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