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상습체납자 홍아무개씨가 친구들과 함께 중국으로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 그가 가지고 다니는 골프채는 2000만원에 이른다. 이전에는 홍씨가 출국 시 반출 신고, 입국 시 반입 신고만 정상적으로 마쳤다면 관세 등 문제없이 자유롭게 통관 절차를 마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앞으로 체납 국세 징수를 위해 세관 당국이 직접 홍씨의 골프채를 압류하고 매각까지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의 체납액 징수 처분을 관세청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세징수법 개정안이 오는 4월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관련 내용을 예고하고 5월부터 위탁을 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개정된 국세징수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체납처분 위탁 대상은 1년 이상 지체된 국세 체납액이 2억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에 한정된다. 관세청은 국세청의 위탁에 따라 고액·상습체납자가 ‘수입한 물품’의 통관을 보류하고, 공매 절차에 따라 매각할 수도 있다. 그간 국세 체납에 대한 징수는 국세청의 고유 업무로 규정돼 있었다.
관세청이 직접 징수할 수 있는 ‘수입한 물품’은 입국하는 사람이 직접 휴대 또는 소지한 물건, 인터넷 직접 구매 등을 통해 들여오는 물건, 무역 계약에 따른 일반 수입품을 모두 포함한다. 이에 따라 세관 당국은 고액·상습체납자를 검사 대상으로 지정해 휴대품을 검사한 뒤 명품 가방·보석류 등이 발견되면 현장에서 곧바로 압류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압류 뒤에도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는 공매 절차를 거쳐 압류 품을 매각하게 된다.
다만 국세청은 체납액이 2억원 미만이거나, 전체 체납액의 30% 이상을 납부한 경우 등에는 관세청 위탁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현재 국세청 누리집에 공개된 국세 3억원 이상 체납자는 3만2816명에 이른다. 국세청은 국세 2억원 이상 체납자 명단도 오는 11월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액·상습체납자의 수입품을 관세청에서 곧바로 체납처분하게 되면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장차 체납처분 위탁 대상을 고액·상습체납자에 한정하지 않고 점차 확대하는 등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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