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구로동 서울관악 종합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조선업을 비롯한 산업 구조조정과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따라 실업률이 치솟고 있다. 지난 2월 13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 실업자 수는 2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로 가장 많았다.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실업 대응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제도개혁이 효과적일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실업급여 지급 기간 연장을 유력한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실업급여제도(구직급여)는 재취업 기간 동안 실업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이다. 2015년 기준 수급자만 123만5천명에 달한다. 지난 18개월간 고용보험에 가입한 기간이 180일 이상인 경우 실업급여 대상이 되는데, 이직 전 평균급여의 50%를 90~240일 동안 보장받을 수 있다. 이때 최저임금의 90%가 하한으로 보장된다.
우리 실업급여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임금대체율도 낮고 지급 기간도 짧아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돼 왔다. 한국의 실업급여 임금대체율은 50.5% 수준으로 오이시디 평균 63.4%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았고, 평균 최대 지급 기간도 7개월에 불과해 오이시디 평균 15개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는 실업급여의 대표적인 한계로 지적되는 낮은 소득대체율과 짧은 지급기간에 변화를 줘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임금대체율을 10%포인트 올리는 방안과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한달 연장하는 경우를 가정해, 소비·고용률 등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결과 지급기간을 연장하는 쪽이 전체 사회의 복리후생을 증대시키는 데 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 개선의 효과가 실업자 내부 계층 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먼저 실업급여의 임금대체율을 올리는 경우, 실업급여 하한액이 적용되지 않는 상대적 고임금 실업계층이 주로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하한액 적용을 받는 상대적 저임금 실업계층은 83.6%에 이른다. 반면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늘리는 경우엔 모든 수급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임금대체율을 인상하는 경우엔 실업급여 수급자 사이에 계층 분할이 생겼다. 빚이 있는 저임금 실업자들의 소비증가율은 0.4%에 불과했지만, 빚이 없는 고임금 실업자들의 소비증가율은 5.8% 늘었다. 수급자 수 증가율 역시 빚이 있는 저임금 실업자들은 0.1%로 미미했지만, 빚이 없는 경우엔 9.7%나 치솟았다. 사회안전망 본연의 기능과 어긋나는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늘려주는 경우엔 반대로 빚이 있는 저임금 실업자들의 소비가 3.3% 오른 반면, 빚이 없는 고임금 실업자들은 0.9% 줄었다. 수급자 수는 빚이 있는 경우 15.4%, 빚이 없는 경우 9.8%로 양쪽 모두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양적인 보장범위 확대와 취약계층에 대한 질적인 보장성 강화 효과가 동시에 일어난 셈이다. 김지운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빚을 지고 있거나 현금 유동성에 제약이 있는 하한액 수급자들에 대해 보장성을 강화해야 추가적인 소비 증가에 따른 효용이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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