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년새 소득하위 20% 계층의 실질소득이 20만원 늘어나는 동안에 소득상위 20% 계층은 179만원 늘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을 높여주는 정책이 강화돼야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소득분위별 실질구매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2003~2016년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통해 명목소득과 실질구매력(실질소득)의 추이를 분석했다. 이 기간 동안 하위 20%를 뜻하는 1분위의 월평균 실질소득(명목소득/소비자물가)은 2003년 123만원에서 2016년 143만원으로 20만원 늘었고, 상위 20%인 5분위의 실질소득은 646만원에서 825만원으로 179만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1분위는 연평균 1.20%, 5분위는 1.90% 증가율을 보인 셈인데, 13년 누적치로는 10% 이상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기간별로는 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구매력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3~2008년 사이 1분위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0.41%로 미미한 수준이었는데, 5분위는 3.28%나 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2016년 두 계층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1.63%로 동일한 수준이었다. 근로장려금(EITC)·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제도가 도입된 덕이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소득격차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실질구매력의 빈부격차는 계층별 소비자물가보다 명목소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2003~2016년 1분위의 명목소득은 연평균 3.5% 늘었지만, 5분위는 4.2% 늘었다. 마찬가지로 금융위기 이전(2003~2008년)에 격차가 벌어졌다. 보고서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저소득층 은퇴가구가 1분위로 빠르게 편입되면서, 이들의 근로소득이 늘지 않은 것이 소득격차의 주된 이유로 추정했다.
소득수준에 따른 물가상승률 체감도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가구소득에 따라 주로 소비하는 품목에 가중치를 둬 계산한 결과, 물가상승률이 1분위 연평균 2.26%, 5분위 2.22%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하방기에 1분위 가구의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돼, 저소득층일수록 경기침체의 여파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천소라·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늘리고 소득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중심의 소득개선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직업 훈련 및 알선 등 소득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근로장려금(EITC)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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