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5개월 연속 증가에 2월 소비지표도 개선
정부, “생산·투자 개선으로 경기 회복 조짐”
그러나 사드 배치 영향 등 중국인 관광객 39% 감소
“민간 소비 개선 미지수, 정부 인식 낙관적” 지적
정부, “생산·투자 개선으로 경기 회복 조짐”
그러나 사드 배치 영향 등 중국인 관광객 39% 감소
“민간 소비 개선 미지수, 정부 인식 낙관적” 지적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함에 따라 생산·투자의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그간 부진했던 소비도 반등하는 등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발표한 4월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한국경제가 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대외 경제 여건이 좋아지고 있고 수출 호조세가 실물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경기 회복세가 더디다고 했던 데 견주면 자신감을 되찾은 태도다.
수출을 중심으로 각종 실물 지표는 경기 회복세를 가리키고 있다. 석유제품·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수출 호조로 지난 3월 수출액은 한해 전보다 13.7%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석달째 전년동월비로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증가세는 5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1~2월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도 한해 전에 견주면 각각 1.9%와 3.0% 늘었다.
특히 내수 경기를 볼 수 있는 소매 판매가 회복세로 돌아선 점이 고무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승용차 등 내구재와 화장품 등 비내구재, 의복 등 준내구재가 모두 증가해, 2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3.2% 늘었다. 석달 연속 감소하다가 큰 폭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지표들에 대한 경계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 먼저 소비 회복세가 계속 이어질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2월 소비 지표가 반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구소득 증가율이 여전히 낮고 금리가 인상 기조인데다 가계부채 위험도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을 보면, 민간소비가 계속 상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정부의 인식이 다소 낙관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3월치 소비 속보지표를 보면, 꾸준히 늘어나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사드 배치 등 영향으로 39.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백화점·할인점 매출도 지난해 3월보다 각각 1.7%, 3.2% 늘어 증가율이 낮았다. 반등폭이 컸던 지난 2월보다 소비지표를 더 끌어올리기엔 힘이 부쳐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내수 회복을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뜻이다.
수출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활황세가 반도체·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수출이 감소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데 지난해 상반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그에 비해 개선되고 있는 국면이다”라며 “특히 반도체는 장기투자업종으로 내수를 자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금 경기 지표를 두고 수출 호조세가 전반적인 업황 개선과 수요 창출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 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매출 현황 경기실사지수는 반도체와 전기기계를 제외한 대다수 업종에서 전분기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협력·하청업체 등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산업으로 꼽히는 자동차(77), 조선·기타운송(64) 등의 부진이 두드러졌고, 섬유(69)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기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대근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미국과 유럽 경제가 살아나고 중국도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등 대외 경제 여건이 호전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외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지표가 좋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지만 이 흐름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대외 여건 개선과 수출 호전은 분명한 흐름이지만, 내수 소비와 관련해서는 긍정적 신호와 부정적 신호가 혼재된 상황”이라며 “낙관적으로만 볼 상황은 아니지만 적어도 비관할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현웅 방준호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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