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따라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빠른 속도로 해체되고 있다. 30년 뒤엔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전통적인 가구는 절반 가까이 줄고, 65살 이상 고령층의 1인 가구는 3배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장래가구추계(2015~2045년)’를 보면, 2045년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는 354만가구로 2015년 613만가구의 57.7%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가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32.3%에서 15.9%로 낮아진다. ‘부부+자녀’ 가구는 2017년 추계까지 30.4% 비중을 차지해, 1인 가구(28.5%)에 근소한 차로 앞서며 가장 흔한 가구 형태를 유지하지만, 2019년부터는 1인 가구와 비중이 역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2015년 1인 가구는 518만가구로 전체 가구 가운데 27.2%를 차지했는데, 30년 뒤인 2045년엔 810만가구(36.3%)로 늘어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따라 노인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20만가구(전체 1인 가구의 23.2%)였던 65살 이상 1인 가구는 2045년 372만가구(45.9%)로 30년 새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가구 가운데 65살 이상이 가구주인 고령 가구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총 가구는 2015년 1901만가구에서 2043년 2234만가구로 정점에 오른 뒤 줄어들기 시작해, 2045년에는 2232만가구에 이른다는 전망이다. 이 가운데 가구주가 65살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2015년 366만가구(19.3%)에서 2045년 1065만가구(47.7%)로 늘어날 예정이다. 고령자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게 된다. 통계청은 혼인 건수 감소 등 영향으로 배우자가 있는 유배우 가구주도 2045년까지 14.6%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통계과장은 “지금까지는 소가족화되고 직장에 따라 이동하면서 가족 단위가 쪼개져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장래에는 사별에 의해 1인 가구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라며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우리 가족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 미리 살펴보는 전망치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내는 장래가구추계는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기초로 최근 가구 성장 추세가 지속된다면 30년간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해보는 자료다. 장래가구추계는 2002년에 처음 작성되기 시작했고 이번이 네 번째다. 이번 추계와 직전 추계(2012년)를 비교하면, 2035년을 기준으로 1인 가구는 비슷한 수준으로 추산됐다. 다만 혼인을 전제로 한 부부가구와 부부·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 등은 각각 49만가구, 26만가구가 줄었다. 5년 전보다 혼인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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