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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언론·공공기관·경제단체도 삼성 위해 뛰었다

등록 2017-05-02 14:27수정 2017-05-02 16:34

Weconomy | 법정 위에 선 삼성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이 냈던 논평이 있다. ‘삼성은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을 회유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한 유일한 주체이며, 그 힘을 오남용하는 삼성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다.’ 저는 쉽게 납득되지 않았었는데, ‘삼성은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을 회유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한 유일한 주체’라는 부분에 대해 장충기 문자메시지 볼 때 느낄 수 있었다.”(2017년 4월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에 대한 재판에서 특별검사팀의 발언)

특검의 발언처럼 이재용 부회장 관련 재판에서 삼성의 영향력이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 삼성그룹 대외업무를 총괄한 미래전략실 장충기 전 차장(사장)의 문자메시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의 메시지는 권력기관뿐만 아니라 언론·공공기관·경제단체 등이 삼성을 위해 활약했음을 보여준다.


(2)삼성 조력자들의 활약


① 국정원 삼성 출입 IO(아이오)

“국정원 (삼성)그룹 출입 아이오 이야기라면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삼성물산 합병) 반대 의견을 냈다는 정보에 대해서도 삼성이 파악해서 피고인(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고했다.”


특검: 내용만 밝힘.

변호인 (전체 문자메시지에 대해) “장충기는 미전실 차장이다. 여러 직원이나 그 밖의 삼성 관계자에게 많은 연락과 정보를 주고받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여러 사람에게 문자가 오고 전화가 오는 게 이상하지 않은 지위다.”


② 언론

“삼성에서 에스케이와 케이스가 왜 다른지 디펜스 논리를 잘 정리해 기자들에게 제공해라. 국민연금을 너무 압박하는 기사는 좋지 않으니 수위 조절하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 (2015년 5월24일 이수형 전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매경(매일경제신문) 손○○ 국장이 홍완선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본부장이랑 통화했는데 찬성 확정했고, (의결권 행사) 전문위로 안 넘긴다고 했다. 내일자 1면 톱도 그렇게 나간다.” (2015년 7월10일 이수형 전 팀장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동아일보 임○○ 전무 합병 찬성이다 축하한다고 문자메시지. 방금 ○○○에게 확인했는데 전문위 안 간다고 했다.” (2015년 7월10일 이수형 전 팀장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밖에서 삼성을 돕는 분들이 많은데 그중에 연합뉴스의 이○○ 편집국장도 있어요. 기사 방향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열심이네요. 나중에 아는 척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통화 중에 기사는 못 쓰지만 국민연금 관련 의사결정 관련자들한테 들었는데 돕기로 했다고 하네요.” (2015년 7월8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전 삼성증권 사장)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특검: 내용만 밝힘.

변호인 (전체 문자메시지에 대해) “장충기는 미전실 차장이다. 여러 직원이나 그 밖의 삼성 관계자에게 많은 연락과 정보를 주고받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여러 사람에게 문자가 오고 전화 오는 게 이상하지 않은 지위다.”


③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황영기 선배의 전언입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은 (에스케이·에스케이씨앤씨 합병과는) 케이스가 달라 찬성하기로 내부 의견을 정했다고 믿을만한 소식통을 통해 확인됐다. 며칠 더 보안을 지키다가 찬성 입장을 밝힐 것입니다.” (2015년 5월 24일 이수형 전 팀장(부사장)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장 사장님 주진형(당시 한화투자증권 사장)과 한참 통화했어. 지난번 반대했고, 이번에도 또 반대할 필요 있냐. 도움 안 된다고 했고. 주(진형)는 중요하고 애널이 쓰는데 말릴 이유 없다고 했어. 쓸데없는 가정 가지고 불필요한 소란 만들지 말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는데도 그대로 쓸 가능성이 70%이다. 큰 도움이 안 돼 미안하다.” (2015년 7월6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전 삼성증권 사장)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고생 많다.” (2015년 7월6일 장 전 사장이 황영기 협회장에게 답한 문자메시지)

“고생 많으시죠. 한화증권은 역시 저하고 싶은대로 했고요.” (2015년 7월8일 황영기 회장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특검 “투자자문사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한 곳이 한화(투자증권)인데 여기에 대해서 황영기 통해서 이야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변호인 “황영기씨가 이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장충기에게 알리고 과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내용을 봐도 좀 허무맹랑한 내용이라는 게 느껴진다. (중략) 장충기도 이거 받자마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황영기 회장은 1975년 삼성물산으로 입사한 삼성 출신이다.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한 바 있으며, 삼성증권에서 사장(2001∼2004년)을 지낸 바 있다. 문자메시지에서 황 회장은 삼성물산 합병 성사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한겨레>와 인터뷰(바로가기)에서 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간의) 구체적인 합병비율에 대해 사전에 주주와 소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일반적인 주주와의 소통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합병안이 발표될 때 여의도 바닥(증권가)에서도 ‘아! 그래서 주가를 낮췄던 건가’라는 불만이 나왔다. 일부러 주가를 조작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삼성물산이 주가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안 해온 것도 사실이다. 의혹을 살만한 일이 전혀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아직 임기가 아직 10개월 정도 남았다.


④ 전경련 이승철 전 상근부회장

“(삼성물산 합병 찬성하는) 세미나 갖기로 했어. 전경련 이승철한테도 도우라고 행동 촉구했어.”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이 장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언론 통해 엘리엇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필요성 강조했어. 국민연금 현명한 판단 필요하다고 했어.” (이승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장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특검 “장 전 사장은 ‘손병두 부회장이 자발적으로 알려준 것’이며 이승철(부회장)은 ‘전경련 회원사니 어려운 현안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지원한 것’이라고 답했다.”

변호인 “손병두 부회장 부분도 (황영기 협회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장충기는 ‘손병두가 자발적으로 알려준 것 같다’고 진술했다. 합병 관련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알려주고 한 겁니다.”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일한 바 있으며, 전경련 상근부회장, 서강대 총장,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한국선진화포럼 상임고문도 맡고 있다.


“엘리엇 때문에 얼마나 노고가 크십니까. 한국선진화포럼과 바른사회시민회의의 공동으로 다음 주 화요일 간단한 세미나와 함께 기자회견을 조치했습니다. 선진화포럼 윤창현 정책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한테도 이럴 때 전경련이 목소리 내고 삼성 도와야 될 것 아닌가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이 장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엘리엇 사안과 관련해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언론 통해 6월 초 밝혔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언론과 기획기사 등을 통해 제 의견을 전달했다. 오늘도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강조했다. 국민연금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주 보도자료 배포와 기획기사(동아)를 출발로 본격적 제도 개선해나갈 계획입니다.” (2015년 7월9일 이승철 전 상근부회장이 장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특검 “삼성이 직접 여론 조성하는 게 아니라 전경련 통해 속칭 ‘쿠션 치는’ 방법으로 하는 내용이 암시돼 있다. 이승철 전 부회장은 ‘7월9일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문답할 때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답변한 것이다’라고 했다. 언론 보도상으로 ‘국민연금은 연금가입자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단기적 시세차익 노리는 외국 투기자본 달라야 한다. 국민 이익 담보할 수 있을지 신중히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볼 때 찬성해야 한다는 취지 답한 건 맞다.”

특검 “이승철 부회장은 ‘장충기 사장이 그 무렵 저에게 삼성 합병과 관련해 전경련에서 협조해달라고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제가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장충기에게 문자 보내면서 다음 주에 보도자료 배포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변호인 “‘삼성이 모든 사람 회유할 수 있다’고 실감했다고 특검이 했는데, 이 문자는 장충기가 보낸 게 아니라 수신했을 뿐이다. 문자 자체로는 삼성이 또는 장충기가 누구 회유하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 특검 논리가 성립하려면 손병두나 이승철이 삼성 회유 받아서 작업한 다음에 보고하는 내용이 돼야 한다. 문자·진술 자체에 그런 내용 없다.”

※손병두 회장이 언급한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삼성물산 주주총회(2015년 7월17일)를 앞둔 2015년 6월25일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이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 간의 다툼은 사익이 아닌 국익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는 오정근 건국대 교수,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등이 참석했다. 당시 토론회는 많은 기자들이 참여했고,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은 일부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를 잘 부탁한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장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나 통화 내역은 삼성 파워가 곳곳에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특검은 ‘삼성은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을 회유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한 유일한 주체’라는 평가를 실감했다고 밝혔다. 반면 변호인은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만으로 회유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어느 주장이 더 타당한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장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에는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삼성’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변호인 말대로라면, 주는 것이 없는데도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삼성 출신 금융투자협회장이 자본시장이 아닌 삼성그룹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 셈이다. 언론도 전경련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금투협 관계자는 “삼성과 장충기 전 사장의 변호인의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당시 황영기 회장은 주진형 전 사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삼성의 부탁을 받고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주진형 전 사장은 “황 회장이 당시 ‘삼성증권 윤아무개 사장의 부탁’이라며 도움을 요청했는데 나중에 대화 내용을 장충기 전 사장에게 알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1편_(1)삼성 미래전략실은 청와대·국정원·감사원에 닿았다 https://goo.gl/g1q3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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