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conomy | 현장에서_트럼프의 ‘FTA 압박’과 통상당국
최근 몇 달간 수출입 동향을 보면 미국산 상품 수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3월 미국산 제품 수입액은 12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 이에 따라 1분기 대미 무역수지는 지난해 66억2천만달러에서 올해 43억5천만달러로 대폭 감소했다. 미국이 올 초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협정 발효 후 상품수지 적자 폭이 2배로 늘어났다”며 연신 때리기에 나선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통상당국과 우리 수입업계가 재협상을 피하려고 셰일가스 등 미국 제품 수입을 늘리는 ‘흑자 관리’에 들어간 징후로 추측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4월 수출입 동향’ 브리핑에서 “대미 무역흑자는 계속 줄고 있다. 미국도 이를 관심 있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미국 달래기’다.
재협상이 미국 당국자들 입에서 돌출할 때마다 산업부는 “위협성 엄포”나 “이전 발언 수위와 별로 달라진 것 없다”고 밝혔다. 또 “양국의 이익균형과 상호 호혜에 기반을 둔 협정이라고 미국을 계속 설득 중”이라고도 했다. 신중한 대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양국이 대등하게 맺은 협정에 대해 지나친 수세적 방어와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끔찍한”, “재앙”이라고 말해도 ‘진의 파악’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뿐 이에 대한 통상 고위당국자의 반박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지난달 18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reform’이라고 말했을 때 ‘개정’이 아닌 ‘개선’이라며 의미 축소에 적극적이었다.
산업부 인력은 총 1280여명이다. 산하기관이 45곳, 관련 각종 협회까지 고려하면 1200여곳에 이른다. 산하기관과 협회까지 합치면 인력은 약 20여만명, 예산은 약 200조원에 달한다.
‘한-미 에프티에이 체제의 불확실성’은 자칫 조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태풍’이다. 산업부 기능 가운데 기존 산업정책은 2000년대 들어 관련 산업동향·정보 역량이 시장과 민간에 밀리면서 유효성을 점차 잃고 있다. 반면 관료가 기획·주도할 수밖에 없는 자유무역협정 등 통상부문은 ‘에프티에이 영토’를 계속 넓히면서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에프티에이가 틀어지거나 ‘폐기’에 이르면 산업부가 총력을 기울여 해온 ‘업무’가 갑자기 의문에 부쳐지게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맺은 15개 협정은 물론이고 현재 추진 중인 에프티에이에도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 방어적 태도를 고수하는 까닭은 이 때문일까?
관료사회에서 산업부는 흔히 ‘싸움닭’으로 불린다. 담당 업무마다 기재부·환경부·국토부 등 다른 부처와 중복되고, 그 중간에서 민간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싸움닭 역할을 떠안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이다. 그런데 정작 큰 국익이 걸린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 이슈에서는 싸움닭 면모를 좀체 찾아볼 수 없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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