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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LNG 가스공사 독점 흔들…가스시장 ‘지각변동’

등록 2017-05-04 17:35수정 2017-05-05 00:59

가스공사 거치지 않고 직도입
상반기 법개정, 부분개방 추진

미 셰일가스 수입 늘어 시장 격변
미세먼지로 석탄→가스 수요이동
정부, LPG 차량 확대 등 정책 지원
에스케이이엔에스(SK E&S)와 지에스(GS)에너지가 합작으로 충남 보령에 준공해 지난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엘엔지(LNG)터미널 인수기지의 저장탱크. 에스케이이엔에스 제공
에스케이이엔에스(SK E&S)와 지에스(GS)에너지가 합작으로 충남 보령에 준공해 지난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엘엔지(LNG)터미널 인수기지의 저장탱크. 에스케이이엔에스 제공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등 가스시장에서 가스공사 독점체제 붕괴에 시동이 걸리는 등 시장이 큰 변동의 물결에 들어서고 있다. 경쟁체제로의 변화를 촉발하는 주요 축은 미세먼지·트럼프·셰일가스 등이다.

1986년 국내에 도입된 엘엔지 천연가스 시장이 30여년 만에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가스공사의 도매 독점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가스시장 부분개방을 추진할 예정이다. 엘엔지를 자가 연료용으로 국외에서 직도입한 발전회사 등 사업자들이 쓰고 남은 수입 엘엔지를 서로 판매할 수 있게 ‘예외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이다. 도현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가스정책연구본부장은 “시장 판매가 가능해지면 대규모 물량 도입에 따른 수급상의 리스크가 작아져 수입시장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 규모의 가스 소비량을 가진 경제에서 한 사업자가 도매를 독점하는 체제는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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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가스공사로부터 엘엔지를 구매했던 일부 기업은 이미 엘엔지를 직접 수입하고 있다. 포스코는 2007년부터 광양에 천연가스 인수기지와 저장탱크를 운영 중이고, 지난 1월에는 에스케이이엔에스(SK E&S)와 지에스(GS)에너지가 합작으로 충남 보령에 천연가스 인수기지를 준공했다. 한국중부발전도 지난해부터 엘엔지를 직도입해 발전소에 사용하고 있다. 지에스(GS)칼텍스·현대산업개발·지에스이피에스(GS EPS)도 20여년 장기계약으로 산업·발전용 가스(50만~100만톤)의 국외 직도입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지난 3월엔 전기사업법이 개정돼 전력거래소는 앞으로 전력을 구매할 때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과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대기오염 우려가 큰 석탄발전 대신에 엘엔지 발전을 늘리는 쪽으로 발전사들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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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셰일가스도 가스시장 격동을 불러오는 요인이다. 중동에서 들여오는 전통적 천연가스인 엘엔지와 미국에서 수입하는 비전통적 가스인 셰일은 둘 다 발전용, 산업용, 가정용으로 사용된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및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셰일가스 수입을 시작한 가스공사는 향후 20년간 연간 280만톤을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 1월 미국산 셰일가스 6만6000톤을 들여와 자사 파주발전소에 공급한 에스케이이엔에스와 지에스이피에스는 2019년부터 20년간 각각 연간 220만톤, 60만톤의 셰일가스를 수입할 계획이다. 장기윤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트럼프가 미국산 셰일가스를 사라고 요구하면서 셰일 수입이 늘게 되자 정부가 이것을 받쳐줄 국내 수요를 만들어내기 위해 엘엔지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셰일가스 도입이 본격화하면 엘엔지 가격이 떨어지고 소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도 엘엔지 수요 증가를 이끌고 있다. 전력 발전의 축이 기존의 값싼 ‘경제급전’에서 ‘환경급전’으로 바뀌면 석탄발전을 대체하는 가스 발전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강승균 한국투자증권 분석가는 “정부가 석탄·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엘엔지 등에 에너지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며 “올해 마련되는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명시될 에너지믹스(국가 에너지원별 최적 생산·소비 구성비)에서 엘엔지 비중이 29%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에스케이이앤에스(SK E&S)와 지에스(GS)에너지가 합작으로 충남 보령에 준공해 지난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엘엔지(LNG)터미널 인수기지의 접안시설. 에스케이이앤에스 제공
에스케이이앤에스(SK E&S)와 지에스(GS)에너지가 합작으로 충남 보령에 준공해 지난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엘엔지(LNG)터미널 인수기지의 접안시설. 에스케이이앤에스 제공
국내 엘피지 시장은 1985년 이래 에스케이(SK)가스와 엘에스(LS) 계열 이원(E1) 등 두 회사가 지배하고 있다. 국내 수요의 70%가량을 두 회사가 수입으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다. 정부는 엘피지 시장을 ‘진입경쟁 제한업종’으로 보고 조만간 엘피지 수입업자의 저장시설 소유 요건을 대폭 완화할 예정이다.

엘피지 수입량 중 48%가 미국산이다. 지난해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으로 미국산 엘피지 수입(4027만 배럴)이 2015년보다 150% 급증했다. 이처럼 산업용 엘피지 수요는 크게 늘고 있으나, 수송용 수요는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엘피지 자동차는 218만대로 전년보다 9만대 넘게 감소했다. 엘피지 신차 출시가 부진한데다 경유차가 인기를 끌면서 2011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장애인·택시, 경차와 7인승 이상 레저용 차량(RV) 등으로 엘피지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게 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엘피지 시장 확대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엘피지는 경유차에 비해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매우 적다. 환경적 측면과 에너지 수급 상황을 고려해 일반인과 5인승 일반 승용차에도 엘피지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조만간 결론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경유차를 줄이고 엘피지 차량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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