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부산항 신항 부두에서 컨테이너선에 화물을 선전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경기 개선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민간 소비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여전히 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5월 경제동향’에서 “건축 부문의 호조세로 건설투자가 높은 증가율을 유지했고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대외수요가 회복되면서 설비투자와 수출도 비교적 큰 폭으로 확대됐다”면서 “소매판매와 소비 관련 서비스업 생산이 낮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근원물가 상승세도 점차 둔화하면서 민간소비가 부진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계류 수입액, 건설수주 등 투자 선행지수가 둔화하면서 향후 경기 회복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 생산은 반도체와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갔다. 3월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4.0% 증가했다. 지난달의 4.2% 증가율과 비슷한 추이를 이어간 셈이다. 광공업생산은 조업일수 증가 등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면서 전월(6.7%)보다 낮은 3.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은 재고 증가세가 줄면서 전월(116.7%)보다 낮은 115.6%를 기록했다.
산업 생산 회복은 수출이 이끌었다. 4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24.2% 늘었다. 올해 들어 ‘슈퍼 사이클’(10년 단위로 찾아오는 장기적인 가격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도체와 함께 선박 수출도 일시적으로 102.9%나 늘었던 덕분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쪽은 “세계경제 회복의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3월 설비투자지수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크게 늘어 22.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계류 투자를 주도하는 반도체 부문의 선행지표가 둔화하면서 앞으로 설비투자 증가폭은 다소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기성도 지난해 같은달보다 18.0% 늘어 지난달(22.3%)과 함께 높은 증가율을 이어갔다.
다만 민간 소비는 여전히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이다. 3월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3.5%)는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내구재(0.8%)는 증가세가 크게 줄었고, 의복 등 준내구재는 1.7% 감소했다. 도소매업 역시 전년동월대비 0.7%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음식·숙박업은 부진이 계속되면서 1년 전보다 3.6% 감소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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