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헬기가 8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일원에서 재발한 산불의 막바지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울리지 않았던 긴급재난 문자, 소방헬기 부족으로 허둥대는 진화 과정, 진화에 나선 헬기 정비사의 사망사고.’ 지난 6일 강원도 강릉·삼척 등지에서 일어난 산불에 대한 허술한 정부 대응이 드러나면서,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재난 시 안전 대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동해안권 산불방재센터 신설 등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청와대를 컨트롤타워로 하는 신속·정확한 재난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강원 산불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에 위기관리수석실을 신설하겠다”고 밝혔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초대형 소방헬기 확보를 위한 예산을 빠른 시일 내에 편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산불 사태를 계기로 대선 후보들의 안전 공약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후보들은 각기 안전 공약을 마련해 발표한 바 있다. 우선 대선 주요 후보 다섯명이 모두 내건 안전 공약은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의 부활이다. 세월호 참사 뒤 나온 정부대책인 해경과 소방청 해체(격하) 정책이 현장 조직의 힘을 약화시키며 오히려 재난대응에 취약해졌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소방관 인력 증원과 처우 개선, 소방장비 확충 등도 공통으로 나온 공약들이다. 평소 재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국민에 대한 재난 알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동일하다.
다만 재난 상황에서 청와대의 역할 등에선 강조점이 다르다.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문재인·안철수), “국민안전처를 대통령이 통할하는 국민안전부로 격상하겠다”(심상정) 등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는 재난대응에서 청와대와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유승민·홍준표 후보는 청와대의 재난대응 역할에 대한 구체적 공약을 내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후보별 안전 공약을 분석한 함승희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주로 중앙부처 조직개편 중심으로 눈에 보이는 부분들만을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 등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재원 대책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문 후보는 소방관 인력 충원과 119 구급대 추가 배치를 약속했지만 공약집에 담긴 소요 재원 규모에 이 부분은 포함하지 않았다. 안 후보도 비슷한 내용을 공약하면서 정부조직법, 소방공무원법 개정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내용만 언급했다.
함 교수는 “이번 산불 대응에서 단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재난시 대응은 시급성을 요한다. 현재처럼 중앙 및 지방조직으로 나뉘어 복잡한 예산·지휘 체계를 가질 경우 대응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데 이에 대한 후보들의 개선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준호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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