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재벌개혁에 앞장서겠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벌개혁은 문 대통령의 10대 공약 가운데 세번째로 배치될 만큼 의지를 보이는 개혁 과제다.
문 대통령은 우선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 황제 경영, 부당한 특혜 등을 없애겠다고 공약에서 밝혔다. 이를 위해 계열 공익법인, 자사주, 우회 출자 등을 통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부 대기업에서 공익법인에 지분을 증여하고, 이 공익법인의 지배권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여 논란이 돼왔다. 자회사 이사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모회사 주주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서면투표제 의무화도 추진된다. 소액주주의 참여를 높여 총수일가 전횡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제도다. 또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고,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도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가칭)를 만들어 개선할 계획이다. 일감 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한 전면적 조사와 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과 역할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공정위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국 부활이 대표적이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부채비율과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도 강화된다. 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 행사 모범기준)의 실효성을 높여 이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재벌개혁은 4대(삼성·현대차·LG·SK)·10대 그룹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경제자문 역할을 하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 등 공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4대·10대 그룹에 집중해서 집행할 것이다. 공정위 조사 강화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긴장 모드’다. 실제 일부 대기업은 곧바로 공약 관련 영향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개선, 법인세 인상, 상법 개정, 금산 분리 등 경영활동에 직결될 사안들을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고 현황을 분석할 계획이라고 한다. 4대그룹의 한 임원은 “을지로위원회나 공정위 위상 강화 등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