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1일 낮 서울 명동 거리. 한창 붐빌 시간임에도 거리가 한산하고 유커들이 많이 찾는 화장품가게도 텅 비어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대외여건 개선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생산과 설비투자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회복의 온기가 좀처럼 고용과 내수시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발간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생산·투자 회복으로 이어지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소비 등 내수는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대내외 위험요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추경 등 적극적 거시정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와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그린북 발간을 통해 매달 고용·생산·투자·소비 등 경제지표를 종합하고 경기 흐름을 공식 분석·전망한다.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등 ‘경제 사령탑’의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문 대통령이 공약한 ‘일자리 추경’ 편성을 공식화한 셈이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에 대해서 관련 부서가 검토중”이라며 “내각 인선이 계속되고 있는데 다음에 별도의 브리핑 등을 통해 추경 편성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설명한 추경의 요건은 ‘일자리의 질적 개선이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주환욱 과장은 “취업자 수가 양적으론 늘고 있지만, 질 좋은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고 고용원 없는 영세자영업자가 늘어나는 등 질적으로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며 “청년실업률이 높고, 구조조정 등 고용여건을 저해하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재정법상 추경을 편성에는 ‘대량 실업’, ‘경기침체’ 등의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좋아지는 추세이지만, 고용의 질적 하락을 법상 추경 요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인 셈이다.
더구나 민간소비 등 내수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3월 소매판매는 승용차·통신기기 등 내구재 판매가 전월 대비 3.1% 증가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2.3%), 화장품 등 비내구재(-0.8%)가 감소세를 보이며 전월 대비 보합에 머물렀다. 소매판매는 지난 1월 -0.4%, 2월 3.2%, 3월 0.0%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4월 소매판매를 가늠할 수 있는 속보치 전망은 더 부정적이다.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지난 3월 당시 속보치(-2.6%)보다 감소폭이 커진 전년동월대비 -6.3%를 기록했다. 휘발유·경유 판매량도 전년과 비교해 -2.7%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65.1%를 기록하며 대폭 줄었다. 사드 배치가 국내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가 지난달의 충격(-38.9%)에 이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반면 생산과 투자는 수출을 중심으로 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수출 호조를 중심으로 제조업 부문 실적이 개선돼 2월 전월 대비 -3.3%를 기록했던 광공업 생산이 3월 들어선 1.0% 성장으로 돌아섰다. 3월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모두 증가하며 전월 대비 12.9% 늘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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