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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시장이 낳은 ‘지·옥·고’, 사회적경제로 풀자

등록 2017-05-19 11:05수정 2017-08-01 11:50

[HERI 쟁점진단] 청년 주거난과 사회주택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지 ·옥 ·고’ ,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의 줄임말이다.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문제를 대변하는 신조어다 . 의식주란 말이 있듯 주거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다. 사실 대학생과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주거 문제다 . 청년 주택문제를 시장에만 맡기지 않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 가려는 노력들을 소개한다.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사회초년생 (직장생활 5년 미만) 52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사회초년생들의 평균 주택 임대보증금은 1215만원, 월세는 35만3000원으로 조사되었다. 월 소득의 4분의 1 가까이가 주거비로 들어간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더욱 심각하다. 청년위원회가 대학생주거실태조사팀과 공동으로 2014년 9~12월 수도권 대학가 원룸 세입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심층조사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세 보증금은 평균 1418만원, 월세는 평균 42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41만~50만원의 월세 부담자가 전체의 24.1%, 50만원이 넘는 사람도 19.3%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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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민달팽이유니온이 통계청의 2016 상반기 자료를 활용하여 작성한 바에 따르면 서울의 청년주거빈곤율은 40.4%이다. 청년주거빈곤자는 청년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 △지하·옥탑거주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 거주 △주거비 과부담에 해당하는 이들이다.

청년주거빈곤은 어떤 문제를 낳을까. 타이페이, 홍콩, 도쿄, 서울의 주거문제를 다룬 미스핏츠의 <청년, 난민되다>(2015)에서는 심각한 주거 문제를 겪는 청년을 난민에 비유한다. 또한 이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닌 청년이 다음 세대로 이행할 기회를 주는 사회인지를 보여주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청년은 기회를 찾아 도시로 온다. 도시에 살려면 돈이 필요한데 하루의 태반을 저임금 노동에 쏟아 붓고 집에 와서는 잠만 잔다. 도시가 청춘에게 빼앗는 것은 월세가 아니라 기회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젊음과 내일에 대한 상상이라고 이 책은 지적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펴낸 <청춘의 가격>(2016)에서는 주거문제가 경제적인 부담으로 이어져 결혼과 자녀출산을 포기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남녀 초혼 연령이 30대로 진입해 2015년 기준 남성은 32.6살, 여성은 30살이다. 소셜미디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년 전에 비해 비혼을 말하는 경우가 700퍼센트 증가했다. 청년 주거 문제는 이 사회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다.

협동의 방식으로 청년주거 문제 해결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스스로 협동의 방식을 통해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흐름이 있다. 2014년 2월에 설립된 민달팽이 협동조합이다. 이들은 청년주거 안정화와 보편적 주거권 보장을 위해 협동조합 방식을 통한 대안적 주택을 직접 공급해왔다. 2014년 7월 달팽이집 1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5호를 공급했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회적주택 2호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임소라 이사장은 “조합원들이 주인이 되어 함께 관리하면서 월세 비용을 절감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근 주민과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등 공공성이 높다”고 말했다. 함께 힘을 모아 비용을 절감하고, 함께 사는 즐거움을 키워 간다.

지난해 11월 서울 은평구 신사동의 민달팽이 협동조합 달팽이집 4호에서 열린 집들이 행사 모습.  민달팽이 협동조합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은평구 신사동의 민달팽이 협동조합 달팽이집 4호에서 열린 집들이 행사 모습. 민달팽이 협동조합 제공

서울시는 이런 흐름에 맞춰 2015년 ‘서울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따르면 사회주택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거 관련 사회적 경제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이다. 이 조례에 근거하여 서울시는 주거 관련 사회적 경제 주체와 공동으로 자본을 출자하여, 청년층을 포함한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 장기간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사회주택은 △빈집살리기 △준주택 리모델링 △토지임대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준주택 리모델링은 낡은 고시원과 여관·모텔 등을 고쳐서 개인 주거공간과 식당, 화장실, 샤워실, 휴게실, 회의실 등 공유·커뮤니티 공간이 결합된 셰어하우스로 바꿔 청년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15년 이상 된 비주택을 매입·임대해 리모델링하고 청년 1인 가구에게 최장 6~10년 동안 시세 80%의 임대료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40가구를 공급했고 올해는 290가구를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체적인 사회주택 공급량을 555가구로 확정하였다. 이는 지난해 289가구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최경호 센터장은 “저성장·1인가구 증가의 시대적 변화에 맞춰서 다양한 방식으로 청년층 등 주택약자들의 주거선택권 확장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사회주택은 도시에 부족한 공동체 회복기능도 담당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사회주택과 임대주택 등의 입주기준 비교>

자료: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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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사회주택방식을 응용해 확장해가고 있다. 수원역 주변 서울대 농생대 터 일부를 무상임차해 설립중인 ‘따복기숙사’가 대표적이다. 총 149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데 운영비 일부를 경기도가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착공에 들어가 지난 4월말 현재 공정율은 약 60% 수준이다. 7월말 준공 후 9월초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임대료는 월 13만원(3인실)에서 19만원(1인실) 정도로 저렴하게 제공할 예정이다. 임대료만 싼 것이 아니라, 경기도 사회적경제협동조합이 운영을 맡아 대학생들의 협력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역과 연계한 취업·창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기도 사회적경제협동조합 김정원 이사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의 사회적경제인들이 힘을 합해 청년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기도는 청년 주거난을 해소하는 ‘공유기숙사’도 운영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이 대학교 인근 주택을 매입해 시세의 30~5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대학생들에게 공급하고 입사생 선정 등 운영은 대학교가 전담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우선 안양대학교와 협의해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안양대 인근 200m 내에 있는 다가구 주택 2동을 매입해 8개의 원룸을 만들고 8월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앞으로 경기도는 1대학 1기숙사를 목표로 오는 2021년까지 5년 동안 총 1480호의 공유기숙사를 공급할 계획이다.

<따복 기숙사 조감도>

자료: 경기도청
자료: 경기도청

새정부 들어서 더욱 탄력을 받을 사회주택 가능성과 과제

사회주택은 서울시, 경기도만의 정책은 아니다. 지난 5월 13일에는 국토교통부 주거정책 시범사업인 협동조합형 뉴스테이와 연계된 위스테이 별내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가 있었다.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과 달리 협동조합형 뉴스테이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주체가 공급한다. 사회적 주체가 부동산 투자·개발에 전문성이 있는 자산관리회사(AMC) 등과 손잡고 뉴스테이사업을 추진할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해 입주자를 모집한다. 모집이 완료되면 입주자들끼리 또 다른 협동조합을 설립해 기존 사회적 주체가 보유한 리츠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은 남양주 별내지구에 건립될 협동조합형 뉴스테이 입주자들이 함께 만든 협동조합이다. 이미 1차 조합원·입주자 모집에 123세대가 모였다. 이들은 공동으로 주택을 운영하며, 대안적 주거 공동체를 지역으로 확산해 지역사회 공동체 문화의 허브 역할을 할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고양시 지축에서도 동일한 방식의 협동조합형 뉴스테이가 추진 중이어서 올해 10월 조합원·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사회주택방식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해 청년들을 비롯한 주택 약자들의 주거선택권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에서 열린 위스테이별내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 모습.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에서 열린 위스테이별내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 모습.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 청년 1인가구를 위한 주택공약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4인 가구 중심의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을 동거, 비혼, 여성 등 다양하게 확대하며, 30살 이하의 단독세대주에 대한 민간금융 주거자금 대출을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공공기관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에 토지 장기임대·주택도시기금·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도록 해 ‘사회임대주택’ 공급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임대 30만가구 공급 계획도 포함돼 있다. 교통이 편리한 대도시 역세권에 시세보다 싼 청년주택 20만가구를 건설하고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월세 30만원 이하의 쉐어하우스형 청년임대주택 5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중 공유주택, 쉐어하우스형 청년임대주택 등은 서울, 경기도에서 추진중인 사회주택 정책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다만 이러한 사회주택 정책 추진에 있어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 임경지 대표는 “사회주택 정책이 행정 중심의 공급 관점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사회주택에 입주하려는 이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서 수요자 중심의 정책들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수요자 대기리스트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jusuwo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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